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진회의 해체 문제가 교육계뿐 아니라 경찰에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일선 실무자로서 현재 실시 중인 학교폭력 자진신고자의 처리 지침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경찰 내부 지침상으로는 폭력 서클의 결성에 가담했거나 그 가입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진해서 이를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개전의 정이 뚜렷한 자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등 최대한의 선처와 선도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반면 자수기간 내에 자수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타인의 금품을 갈취한 자는 형법상 폭행죄 등으로 처벌하고 아울러 신고자의 신상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우선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자진신고를 한 학생들에 대한 처우 문제다. 홍보물에서는 이들에게 선도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해 그동안의 실수를 용서하고 이들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품성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조치만으로 당국이 의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사회봉사나 수강 명령 또한 이런 목적으로 실시해오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도프로그램만으로 당국이 의도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치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자진신고를 하고자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봐도 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자진해서 신고한다는 것은 곧 동료들을 배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시간을 들여가면서 경찰서에 본인이 직접 출두해야 하고 피해자의 의사까지 고려해 선도프로그램마저 받아야 한다면 어느 누가 자진해서 신고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자 시간에 쫓기면서 급조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왕 범국가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이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대안 마련이 중요하다.
단발적인 대책들로 당장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종합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지속적인 정책으로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