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위험관리가 강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가 낮은 회사보다 오히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금리 역전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또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금리가 최대 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타나는 등 등급내 금리 차별화도 심화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신용등급 A-인 하이트맥주는 400억원 규모의 3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금리를 5.64%로 확정지었다. 반면 지난달 30일 신용등급 A인 대구도시가스는 300억원의 회사채를 5.84%의 금리로 발행했다. 하이트맥주가 대구도시가스에 비해 신용등급은 한 등급 낮지만 발행금리는 오히려 더 유리하게 결정된 것이다.
또 지난달 29일 SK케미칼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SK KERIS가 발행한 2년만기 회사채는 신용등급 BBB+에도 불구하고 발행금리가 8.90%에 달해 등급이 두 단계 낮은 영창실업(BBB-)보다 무려 0.45%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이 회사의 경우 최초신고서를 제출했을 때의 금리인 7.65%보다 1.35%포인트나 높게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같은 신용등급 내에 있는 금리차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BBB이하의 기업일수록 금리차 확대는 심하다.
신용등급 BBB인 LG산전과 데이콤이 제출한 회사채 신고서의 발행금리는 1.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최근 500억원 규모의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신고서를 제출한 LG산전의 발행금리는 7.80%였지만 똑 같은 조건으로 발행을 신고한 한솔제지의 경우 7.98%였고 200억원을 발행한 데이콤은 8.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신용등급 자체 보다는 기업의 리스크에 가중치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원석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은 “최근들어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기업별로 금리차가 많이 나는데 이는 시장상황을 반영한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