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를 일순간 충격에 빠뜨린 `괴질`이 이제는 지구촌 경제 전체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괴질 공포까지 겹치면서 인력과 상품, 자본 이동이 급격히 위축되는 등 세계 경제는 이제 동시 불황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불러 올 수도=CNN 방송 인터넷판은 2일 “아시아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괴질이 지난 97~98년의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을 점쳐 유명해 진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괴질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치는 2일 CNNfn과의 인터뷰에서 “괴질은 세계 경제를 가두어 놓는 관 위에 박힌 또 하나의 못”이라고 묘사하면서 “괴질이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 시키고 미국 수출에도 직접적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괴질이 세계 경제 성장에 복병으로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뉴욕 증시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괴질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소로 등장하면서 뉴욕 월가는 이로 인한 미 기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괴질이 확산될 경우 일시적 패닉에 의한 투자자 이탈 등 자본 이동의 위축으로 연결돼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 등 실물 경제 치명타=산업계 등 실물 경제는 이미 괴질로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주요 산업 중 괴질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항공업계로 꼽힌다. 이라크전에 이어 괴질 공포마저 겹치면서 항공 수요급감으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항공업계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어 몇몇 항공사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괴질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해야 할 IT산업에 괴질이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실제 게임콘솔이나 개인용 컴퓨터(PC) 조립 등을 아시아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미, 일 전자업체들은 벌써부터 공급상의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인명손실,사업기회의 상실 등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보험금 지급 압력에 휘말리고 있는 보험업계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져 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괴질이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 모두를 흔들고 있어 세계 각국이 괴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에 장기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