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오는 6일부터 본격적인 금 매각을 개시한다. 이에 따라 국제 금값은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금 매각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공방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파이낸셜 타임즈는 일각에선 미국이 금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국제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주역으로 나서 금값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달러화의 투자 가치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얘기다.
영란은행은 지난 5월 보유금 매각 방침을 발표한지 두 달만인 6일 처음으로 금을 매각키로 결정했으며 이날 하오 12시께(현지시간) 구체적인 매각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영란은행은 향후 수년간 모두 715톤의 금 보유량 가운데 절반 가량인 415톤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두달에 한번씩 매각 일정을 추진, 우선 연말까지 125톤을 처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으로 인해 국제 금값이 최소한 온스당 15달러 이상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최근 20년만에 최저치인 온스당 260달러 안팎에 머물러 있으며 지난 5월초 이후에만 10% 이상 급락했다.
에디 조지 영란은행 총재는 금 매각이 『순수한 포트폴리오상의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최근 두달새 영란은행의 총보유 금가치도 6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스위스 중앙은행도 앞으로 1,300톤의 금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빈국에 대한 채무탕감을 이유로 금을 내다팔기로 결정, 금시장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 여파로 관련업체들은 주가가 바닥권을 헤매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남아공, 베네주엘라 등 주요 생산국들은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개막된 남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금 매각은 남아공 경제에 재앙에 가까운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선진국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