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가 15일부터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개막된다.이번 회의는 새로 미 재무장관에 지명된 로렌스 서머스가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등장, 앞으로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일본측은 회의기간중 재무장관 회담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미국의 속셈을 떠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양국간의 신경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서머스는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결국 「강한 달러정책」을 수정하거나 개혁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재무장관 교체 이후 『아무런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회의를 통해서도 이같은 방침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머스의 출신 배경이나 성향을 감안할 때 일본에 대해 전임자보다 더욱 강력한 경기 부양책 동원을 요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을 다독거려왔던 로버트 루빈장관을 오히려 그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장관이 13일 『미국의 대외정책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일본측의 기대감을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머스는 얼마전 일본 방문과정에서 언론으로부터 「거칠고 무례한」관료이자 「못된 경찰(BAD COP)」이라고 불릴 만큼 혹평을 받고 있다.
또 서머스가 앞으로 일본과의 협상과정에서 통화정책을 즐겨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본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화는 또다시 크게 동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이체 방크의 수석분석가인 팀 몰로니는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엔·달러 가치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대체로 재무장관이 바뀐 후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APEC 회의의 또다른 관심거리는 최근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으로 급속히 냉각된 미국과 중국과의 원만한 경제협력 복원이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과 무역 및 경제 개혁방안에 합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드시 실현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 각국의 국채 지급보증을 제시하는 등 아시아 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APEC 재무장관들은 헤지펀드 및 단기자본 규제를 위한 행동규범을 마련하고 자체적인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주최국이라는 점을 활용해 투기자본 규제, 헤지펀드 투명성을 또다시 요구할 것으로 보여 직선적인 성격의 서머스와 한판 설전을 벌이게될 전망이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