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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 누구나 독립을 꿈꿨지만 내 자식이 독립투사가 되기를 바란 부모는 없었다. 군부 독재로 얼룩진 억압의 세월 누구나 민주화를 꿈꿨지만 내 자식이 민주화 열사가 되기를 바란 부모는 아무도 없었다.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삼성, 현대를 이을 새로운 창업기업이 자라나 경제의 버팀목이 되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 자식이 사업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올바르고 정직하게 경영해서 성공하면 유현오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21일 서울 양재동 제닉 본사에서 만난 유현오(사진ㆍ43) 제닉 대표는 "왜 사업가가 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 대표는 "선배 기업가들이 해야 할 일은 정당한 방식으로 성공해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돈을 벌되 정직하게 벌고, 그렇게 번 이익을 직원들, 사회와 나누는 것이 기업의 몫이라고 유 대표는 믿고 있다.
물론 유 대표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2001년 유 대표는 1인 기업 제닉을세우고 하이드로겔 상처치료제를 개발했다. 5억원에 달하는 임상비용이 부담스러워 의료용 패치 대신 마스크팩으로 적용 제품을 바꿨고 2003년부터 미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타깃, 월그린 등 미국 대형마트에서 제품이 팔리자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고 홈쇼핑에서도 제품을 팔아 히트를 쳤다.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회사에 돈이 쌓여 갔다. 사단이 난 것은 이때다. 유 대표는 당시 "오만했다"고 회상했다. 유 대표는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술로 영업하고 유명 스포츠스타를 모델로 쓰며 80여가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교만으로 정체성을 상실하면서 결국 2007년 2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유 대표는 7년간 그가 한 것은 장사였고 이제부터 사업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유 대표는 "막상 나락으로 떨어지고 보니 2006년 매출 65억원이 뭐 그렇게 큰 성공이었나 싶더라"며 "시련을 통해 겸손을 배웠고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제닉의 정체성을 바로 잡는 것이었다. 종합 화장품 기업보다는 마스크팩으로 1등하는 회사가 되기로 했다. 유 대표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했고 일명 '하유미팩'으로 알려진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스캔들이 없었고 깐깐한 이미지를 가진 하유미 씨를 모델로 발탁해 홈쇼핑 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경영철학도 탑재했다. 현재 그는 오만의 벽에 부딪히기 직전인 2006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지만 외제차 대신 국산 SUV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술 영업도 일절 끊었고 술을 마시는 회식도 없앴다. 대신 수익의 일부나 제품을 기부하니 법인세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제품 인지도도 높아졌다.
인재에 대한 그의 생각도 바뀌었다.
"단순업무 직원은 자주 바뀌어야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면 충분한 복지혜택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끔 지원해 아이를 2~3명 이상 낳고도 근속하는 직원이 많습니다. 다른 기업에도 이런 인재양성 문화가 확산되도록 하려면 제닉이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제닉이 문화경영을 선포한지 올해로 4년째. 2010년 시작한 '1인 1악기 운동'으로 직원 대다수가 바이올린이나 플룻, 기타 중 한 악기 정도는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게 됐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1인 1운동 캠페인'으로 체중 감량, 장거리 자전거 하이킹 등의 목표를 이루는 직원들도 부쩍 많아졌다.
매주 화요일 방과후 수업처럼 진행되는 음악 수업에는 유 대표도 함께 한다. 그는 바이올린반 소속이다. 수강료 절반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결석 1회당 무조건 벌금 5,000원이다. 업무와 출장에도 예외 없이 벌금을 내야 하고 모인 돈은 기부한다. 지난해에는 직원들과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을 잇는 자전거 4대강 종주에 나서 총 1,000㎞ 이상의 자전거길을 주말마다 달렸다.
유 대표는 "포기가 반복되면 습관이 되듯 성취도 습관이다. 성취감을 맛보다 보면 도전이 두렵지 않게 된다"며 "악기 연주나 운동을 통해 우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성취의 습관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닉의 다양한 복지혜택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탄력근무제로 임신한 직원이나 육아를 전담하는 직원들은 9시반이나 10시까지 출근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누구나 복지를 누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이 같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이 같은 기업문화를 흐리는 직원들을 솎아내고 있다"며 "무조건 임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기업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제대로 보상해주는 것이 제닉의 문화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인재들이 모여드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인재관을 피력했다.
최근 그는 직원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유 대표는 "중소기업에서는 한 직원이 여러가지 업무를 전담하다 보니 대리, 과장급만 되도 회사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돼 버린다"며 "좋은 인재를 놓치기도 하고 일부 불순한 직원들이 기술을 유출하는 상황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한 가지 업무를 여러 직원이 나눠 할 수 있도록 직원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국내 1위… 중국공장도 가동 제닉의 핵심 기술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형태를 띤 하이드로겔 제조 기술이다. 의료용 패치로 개발한 하이드로겔을 피부 온도에 반응해 화장품 침투율을 극대화하는 마스크팩에 적용해 히트를 쳤다. 국내 마스크팩 시장 점유율 30% 이상의 1위 기업이다. 앞으로는 파운데이션 등 다양한 화장용품에 겔 제형을 접목해 제품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향후 제닉의 성장을 이끌 주춧돌은 중국 시장이다. 제닉은 지난 5월 상하이 법인을 오픈한데 이어 이달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제닉은 상하이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하며 본격적인 ODM사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올 4ㆍ4분기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유현오 제닉 대표는 "한국 시장이 100이라면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70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라 조만간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재 부직포 형태 마스크팩 공장도 1,000억대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같은 값에 피부 침투율이 훨씬 높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공급한다면 분명 승산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꿈꾸는 제닉의 미래는 '문화기업'을 넘어선 '디자인 기업'이다. 2015년 입주 예정인 마곡지구 사옥은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될만한 아름다운 사옥으로 꾸며 전세계적인 명소가 되게끔 만들 생각이다. 유 대표는 "우리 회사에 와서 영화나 드라마도 촬영하고 일반인들도 방문해 사옥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의 제품과 문화를 알 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