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미군이 겪는 일들은 악몽에 가깝다. 이런 와중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전략은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이 혼란 상황을 계속 유지하다가 모든 문제를 차기 이라크 정부에 떠넘기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미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생명과 미군의 국제적 영향력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백악관 뒤에 숨어버렸고 결국 민주당이 뒷처리를 맡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마저도 현실은 외면한 채 미군의 이라크 철군 시기를 조정하는 것으로 모든 악몽이 끝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영구적 민주화가 단지 시간 문제에 불과하며 그때까지 미국이 이라크를 도와야 한다는 망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그러나 치안을 유지할 만한 경찰 및 군병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라크는 여전히 분열 상태이고 민병대를 소유한 소수 지도자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이라크에서 미군의 단계적인 철수는 남아 있는 군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내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민주당은 그럴 듯해 보일 뿐 아니라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철군을 지지한다. 또 무엇보다 선거에서 부시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중들에게 철군 후 전개될 수 있는 참혹한 상황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이라크전의 해결책은 미군을 빼내는 것이 아니라 아랍과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이라크 평화 정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 국가는 이라크를 테러리스트들의 중심지라거나 지정학적 불안의 근원지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들을 무시하고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던 부시 행정부가 다시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국인들은 이라크전이 잘못됐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라크전의 실패를 인정해야 할 때이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철군 계획을 홍보용으로 써먹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철군의 진실은 혼란과 불행이 될 것이다. 최적의 조건에서도 철군은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차차기 선거 때까지 그런 상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