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지에의 흑51을 보고 검토진들은 웃는다.
“승부수인가.”
“뭐 일종의 뗑깡이지.”
“하지만 방심할 때는 아니야. 어쩌면 수가 날 것도 같아.”
모두들 희희낙락인데 필자는 혼자 중원의 한복판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백54의 자리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큰 패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대국당사자들이나 검토진이나 모두 그곳을 유심히 보는 것 같지가 않았다. 참다 못해 윤현석9단에게 물었다. 흑53이 놓이기 직전이었다.
“중앙에 큰 패가 남아 있는 것 아닌감?”(필자)
“맞아요.”
“그런데 왜 백이 그걸 결행하지 않는 것인감?”(필자)
“이겨 있으니까요.”(윤현석)
잠시 후에 송태곤이 참고도1을 사이버오로에 올려주었다.
흑이 1로 둔다든지 하면 백2 이하 백6으로 흑대마를 잡자는 큰 패를 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이 패는 실제상황으로 전개되지 않고 그냥 종국이 되었다.
백82로 받자 콩지에는 더이상 좌변을 건드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둔다면 참고도2의 흑1인데 그것이면 백2 이하 6으로 촉촉수에 걸린다. 백84를 보고 콩지에가 돌을 던졌다.
“이세돌이 이창호의 설욕을 보기좋게 해주었네요.”(윤현석)
“돌아온 이세돌의 기세가 너무 사나워요. 진짜 마왕이 돼서 돌아온 느낌이에요.”(박해진)
전에도 마왕이라는 별명을 종종 들었던 이세돌인데 요즈음은 그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얘기였다.(57…54의 위)
184수끝 백불계승.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