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자국 곡물업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인수 시도를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국가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보호가 기업 경영의 자유를 우선한다는 논리에서다.
29일 호주 국영 ABC방송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자국 곡물업체 그레인코프에 대한 미국 농산물 중개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의 인수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 호키 호주 재무부 장관은 외국인투자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ADM의 인수 제의는 주주와 사회 여러 분야의 큰 관심을 끌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호주의 핵심 비즈니스를 외국 기업이 100% 인수하도록 허용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ADM은 34억호주달러에 그레인코프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지난 4월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호주 내에서는 농민단체와 주주들을 중심으로 외국기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사라지지 않았다. 호주 연립정부의 양대 축인 국민당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1917년 정부기관으로 설립된 뒤 1992년 민영화된 그레인코프는 호주 전역에 280곳의 곡식 저장고와 동부해안 10개 항만 중 7개를 소유한 호주의 대표적인 곡물수출 기업이다.
ADM은 호주 내 반대여론이 의외로 거세지자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2억호주달러를 투자하고 3년간 곡식저장고와 항만의 곡물취급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당근'을 내놓았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
패트리셔 워츠 ADM 회장은 "ADM의 그레인코프 인수는 호주와 미국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호주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