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덤핑관광' 기승

최근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제주도를 찾았던 서모(40ㆍ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불쾌한 기억을 지울 수 없다.인터넷 메일을 통해 알게 된 제주관광상품을 선택했던 서씨 부부는 항공료도 되지 않는 헐값에 제주관광을 하게 돼 들뜬 마음으로 여행 길에 올랐으나 2박3일의 일정은 실망 그 자체였다. 워낙 싼값이다 보니 숙박은 그렇다 치고 제주에 도착해 서씨 부부가 찾은 곳은 귤ㆍ조랑말 농장과 기념품 가게가 전부였다. 서씨는 "제주도에서 3일 여행을 통해 기억 나는 곳은 기념품 가게 뿐"이라며 "다시는 제주도를 찾기 싫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저가의 '덤핑관광'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대부분 10만원 대 안팎이라는 상식이하의 초 저가 상품이 기승을 부리면서 제주관광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덤핑관광은 왕복항공료도 안 되는 돈으로 제주관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으나, 값싼 관광지와 일정ㆍ숙소 등 관광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덤핑관광 부작용 속출 26일 제주도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여행 2박3일 코스로 9만9,000에서 15만원대까지 다양한 제주패키지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품은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항공료 30%할인에 1급이하 호텔 숙박료가 4만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2박3일 상품은 항공료와 숙박료만 15만원 이상인데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광코스를 입장료가 없는 관광지 중심으로 잡아 결국 원하지 않는 쇼핑 등 옵션관광을 강요해 고객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 관광객 송모(37)씨는 "쇼핑을 하러 왔는지 관광하러 왔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며 "관광지에 가서도 상품설명과 판매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관광은 고사하고 짜증스런 여행이 되었다"고 호소했다. ◇제주 관광업계 대책 서둘러야 제주도의 한 여행사는 2박3일 일정(1급호텔 이용)에 20만원대의 정상적인 가격의 제주상품을 판매했으나 실패했다. 덤핑관광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격으로는 관광객을 모집하기 힘든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관광협회 관계자는 "덤핑관광으로 몇몇 관광객을 모으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업계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라며 "업체도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코스를 쇼핑위주로 짜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관광지의 이미 훼손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먼저 제주도내 전 여행업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며 고 제안했다. 정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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