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풍향계] 불안정 금리상승 지속 가능성

금리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이제 지표금리는 5%대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 2003년말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금리 상승세의 지속은 무엇보다 채권수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10월말 현재 투신 채권형 상품잔고는 연초대비 23조원 가량 급감했다. MMF의 경우 연초대비 증가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고점이었던 지난 8월에 비해 16조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금리의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어느 때보다 낮아진 상황이지만 채권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 투신에서 이탈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흡수한 은행권은 채권투자 비율을 축소하는 등 채권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의 자산운용을 종료하고 내년을 대비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은 더 좋은 가격에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채권매입시점을 뒤로 늦추고 있다. 금리가 상승할수록 더 높은 수익의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채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매패턴도 매도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금리 인상기조가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대두되는 상황에서는 외국인의 국내채권관련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채권공급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채는 예정대로 매달 5조원 가량 발행되고 있으며 저리의 장기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은행과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채권수급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금리의 향방은 10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시장에는 10일 회의에서 콜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소 우세하다. 하지만 미국 정책금리와의 격차 확대(현재 0.5%포인트), 10월 콜금리 인상의 표면적 배경이었던 자산배분왜곡 시정노력 지속, 물가상승압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 금통위 위원들에게 부담을 줄 경우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표금리가 콜금리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아 콜금리의 추가상승을 반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콜금리가 인상된다면 채권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만일 이번 회의에서 콜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시도가 지속되고 콜금리의 추가 인상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 경우 역시 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금리를 하락 반전시킬 만한 거의 유일한 힘인 채권 가격 메리트 부각 및 대기매수세 유입이 제 역할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의 불안정한 상승 분위기는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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