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금정책 ‘오락가락’/외화 연내해결 지시후

◎업무 전격이관 발표/업계 강력반발에/당초 방침 후퇴/신뢰도 하락 부작용만종금사 처리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종금정책이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재정경재원 발표에 민감한 종금사들이 업무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8개 종금사의 해외부채 및 자산을 은행에 넘기도록 조치한 정부방침이 사후처리 미흡과 종금사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재경원은 지난 22일 외화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2개 종금사에 명령문을 보내 연말까지 외화수급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연말까지 외화수급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종금사에 대해서는 신규외환업무를 중지시키겠다는 통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인 지난 25일 윤증현 재경원금융정책실장은 외화부족이 심각한 8개 종금사 사장과 7개 시중은행 전무를 소집, 외환업무 인수파트너를 정한 노란봉투를 들이밀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해당은행과 업무이관 계약을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연말까지 외환수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던 종금사들에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지난 22일 발표한 외화수급 안정명령과 25일 시달된 외환업무 이관명령이 상호 우선순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종금사의 입장에서는 외화수급 안정명령을 따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연말까지 버티면서 외화수급을 안정시킬 경우 제재도 받지 않게 되는데다 설사 바라는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신규외환업무만 정지당하는 불이익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은행으로의 업무이관을 거부한 채 시간만 끌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8개 종금사의 외환업무 이관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갑 재경원자금시장과장도 『재경원이 나서서 종금사 외환업무를 은행에 이관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며 『연말까지 납득할만한 자구노력을 제시하는 종금사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당초 입장에서 후퇴했다. 서슬퍼렇게 은행으로의 업무이관을 지시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렇게 지시한 바 없다는 해명이다. 외환업무 유지가 어려운 일부 지방종금사들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해외업무를 은행에 이관할 종금사는 거의 없을게 확실하다. 실제로 지난 27일 신동방그룹을 우호적 대주주로 끌어들이면서 외환업무 양도를 거부했던 대한종금이 28일 재경원으로부터 양도지시 철회를 통보받았다. 결국 버티는 종금사에 대해 강제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외환업무 양도만 지시, 정책의 신뢰도만 떨어뜨린 결과를 빚은 셈이다. 종금사 국제업무관계자는 『재경원이 외환업무 이관을 지시해놓고 아무런 추가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이럴 바에야 뭣하러 은행을 지명하면서 문제를 확산시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보유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종금사 외환업무를 인수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재경원의 즉흥적인 정책을 꼬집었다. 재경원은 또 예금자보호대상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거래비중이 가장 많은 무담보기업어음(CP)을 제외시켜 투자자들의 예금인출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허겁지겁 관련지침을 개정하는 등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내놓고 있다.<이종석·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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