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비춰주는 거울이 사람을 협박한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죽음이다.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친근하게 보여주던 거울이 공포의 근원이 되는 영화 `거울 속으로`는 일단 관객들을 두렵게 만드는 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 `친근함`과 `낯설음`을 교차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이 큰 무리 없이 깔끔하다.
의문의 화재 사건 이후 재개장을 준비중인 한 백화점. 이른 아침 화장실에서 백화점 여직원이 숨진 채로 발견된다. 백화점 사장은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무마하고 개장을 서두르려 하지만 곧 두 번째 희생자가 나타난다. 총무부의 김부장이 자신의 귀에 볼펜을 집어넣어 숨진 채로 발견된 것. 보안책임자인 영민(유지태 분)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숨진 사람들이 모두 총무부 직원이었으며 주변에 거울이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하지만 영민의 전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형사 현수(김명민 분)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영민에게도 거울과 얽힌 사연이 있다. 경찰로 재직하던 중 용의자 대신 거울을 쏴 파트너를 잃은 경험이 있는 것. 이러한 영민 앞에 묘령의 여인 지현이 나타난다. 죽은 언니가 거울 속에 살아있다고 믿는 그녀는 집 내부를 거울로 도배한 채 계속되는 살인을 경고한다.
영화는 피사체를 비추는 자연법칙이 무너질 때 일상적인 존재인 거울이 어떤 공포보다 더 크게 다가옴을 이야기한다. 화면 구성 역시 거울이 주는 그것처럼 비대칭으로 일관해 짜임새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신인감독 프로젝트 NDIF 중 처음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김성호 감독, 상영 중.
<현상경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