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러시아' 정의선 직접 간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 줄어 수익성 악화 현지 법인 등 방문
시장철수·판매축소는 없을 듯

/=연합뉴스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 상황 점검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11일 낮12시40분 김포공항을 통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 부회장의 일상적인 출장"이라며 "러시아의 경우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고 있고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영 전반적인 부분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환율문제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러시아 공장과 현지법인을 방문해 판매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현지 판매망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올 1·4분기 영업이익률은 7.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포인트나 낮아졌다. 영업이익도 1조5,880억원에 그쳤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약세가 큰 원인이었다.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이 없는 기아차는 타격이 더 컸는데 1·4분기 영업이익이 5,116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급격한 시장 철수나 판매축소는 지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지난 1·4분기 러시아 자동차 수요 감소로 판매량은 줄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9.8%까지 높아졌다. 전년 동기(13.9%) 대비 무려 5.9%포인트나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나 폭스바겐, 푸조시트로앵 같은 업체들이 러시아 생산을 대폭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과 달리 시장유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도 1·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과는 달리 시장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직접 수출은 다소 조정하고 현지 반제품조립(CKD) 생산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영업환경이 좋지 않다고 브랜드를 철수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면 나중에 러시아 경기가 좋아졌을 때 재진출하더라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현대·기아차가 어느 수준까지 손실을 감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