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사람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철강· 조선·화학등 상승폭 큰 경기 민감주 "내년 상반기께 거품 꺼질 것"
"中 관련주등 성장세 이미 주가에 반영… 증시 순항속 소외업종으로 테마 이동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최고운용책임자(CIO)인 이채원(사진) 전무는 요즘 외롭다. 국내에서 유일한 장기펀드 전문 운용사의 CIO로서 ‘10년 투자’를 기치로 올 상반기까지 돌풍을 일으켰으나 최근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째 저평가 가치주 보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일부 경기 민감 업종만 수직 상승한 탓이다. 가치주가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주 여의도 본사 17층 집무실에서 이 전무를 만났다. 깔끔한 인상은 여전했지만 얼굴은 다소 수척해 보였다. 그는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인사를 하자 가볍게 웃었다. “내년 상반기 정도면 경기민감 업종의 거품은 꺼질 것입니다.” 이 전무는 “일부 경기 민감주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이 지난 99년 정보기술(IT)주 버블 시기와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누구나 이번은 다르다고 말하지만 결국 시장 주도주는 사이클을 탄다”며 “철강, 조선, 화학 등 일부 업종의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슈퍼 사이클 진입’ 등을 기반으로 관련 종목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익 대비 거품이 이미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들 일부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IT주 버블 붕괴 파동을 겪었던 2000년 IT업종의 PER을 웃돈다. 앞으로 10년 성장 가능성이 이들 업종이 상승하는 또 다른 동인이지만 이미 5년 이상의 성장세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이 전무는 “IT버블 붕괴 당시에도 3개월 간 무섭게 상승한 IT 종목들이 다시 3개월 간 상승ㆍ하락을 반복하다 급락했다”며 “현재 8부능선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황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들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기를 장담하긴 힘들지만 이후까지 수익률 비행이 계속되리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차츰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감이 부각되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만한 분기 실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주가 하락세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리시장의 체질이 2000년 당시 보다 강해져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시중 유동성이 상당하고 장 체질이 탄탄해진 만큼 당시와 같은 증시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소외 업종을 중심으로 테마가 이동하며 장은 순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중국은 무한한 경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더 이상 매력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방한했던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중국 최대의 석유 업체인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이미 매각했다고 밝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반면 이후 실시된 페트로차이나의 기업공개(IPO)에는 무려 400조원 가까운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이 전무는 “버핏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철저한 분석 아래 저평가 상황에서 저가에 주식을 샀던 만큼 예상 수익률에 도달하자 미련 없이 팔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생 가능한 위험도를 안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다른 저평가 우량주를 더 싸게 매입하는 게 중ㆍ장기적 수익률 상승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관심 있게 보는 유망 업종 및 종목에 대해서도 현 시장흐름과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꾸준히 10%선의 이익을 내고 배당 성향이 높은 통신주와 안정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우량 유틸리티 관련주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 “경기에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이익 지속이 가능한 기업, PER이 10배 미만이면서 배당 수익률이 2~3% 선인 기업들은 업종에 상관없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치주 투자는 사실 험난한 길”이라며 “그러나 늘 기회는 정반대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지금은 ‘역행 투자’에 나서도 될만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이채원 전무는
'가치투자' 시련 딛고 부활… 펀드매니저 양성에 분주

이채원 전무는 요즘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저서로 가치투자의 교본 격인 '현명한 투자자'를 다시 읽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때면 자신의 투자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교과서'로 생각하는 그레이엄의 저서를 챙겨드는 버릇 때문이다. 골프도 운전도 하지 않는 이 전무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사실 이 전무는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올 하반기부터 신 성장주의 급등과 함께 다시 한번 시련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IT주 거품' 당시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96년부터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며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던 그는 2000년에도 가치주 투자를 고집하며 IT 관련주를 멀리했었다. 그러나 다른 펀드들이 수백 %의 수익률을 달성하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운용사를 떠나야 했다. 6년간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던 그는 2006년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설립과 함께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물론 그가 틀리지 않았음은 그리 오래지 않아 입증됐다. 이후 그의 성적표는 화려했다. '10년 가치투자'를 표방한 펀드는 설정액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 6월께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70%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또 한번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최근 펀드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하루에도 수 억원씩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전무는 "가치 투자는 최소 3년은 해야 하며 연 10%가 목표 수익률"이라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있고 장 환경 역시 반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펀드의 부진에도 불구, 최근 펀드매니저로 양성할 첫 공채 신입사원 5명에 대한 선발을 마무리하는 등 미래 준비에도 여념 없다. 5년 뒤 쯤엔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리스크 관리만 담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약력 ▦64년 서울출생 ▦89년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96년 동원투신운용 펀드매니저 ▦2000년 4월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2004년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 ▦2005년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2006년 한국밸류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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