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10시30분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처하고 나섰다.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가 1일 ‘한국이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금융 불안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반박하기 위해서다. 통상 환율ㆍ외환보유액 등에 대한 브리핑은 신 관리관 밑의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이 맡아왔다. 이처럼 재정부와 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 등 금융통화당국은 이날 일제히 9월 위기설에 대해 “근거 없다” “과장된 것” “단호히 대처”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통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파이낸셜타임스ㆍ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외신들이 위기론을 앞 다퉈 보도함에 따라 자칫 외국인들의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해외 언론 ‘위기설’ 잇달아=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인터넷판에서 권영선 리먼브러더스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한국 정부가 여러 거시정책을 구사하더라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제가 지난 1992년 이후 21분기 연속 확장돼왔다”면서 “그러나 (부진한) 내수가 (여전히) 견고한 수출세를 깎아 먹으면서 올해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로이터도 1일 “한국 경제의 향후와 관련해 이달로 만기가 돌아온 70억달러의 외국인 보유 채권이 어떻게 될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 규모가 2,470억달러인 한국 보유 외환의 3% 미만으로 미미하기는 하나 워낙 민감한 시점인 만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아쇠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 파문 진화에 부심=하지만 9월 대란설은 과장됐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일단 진원지인 9월 만기도래 국고채 상환과 관련해 이미 상환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추가 국고채 발행은 불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9월 만기도래 국고채 규모는 약 19조원으로 이중 외국인 보유 규모는 7조원(67억달러) 수준이다. 신 차관보는 2일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 부족 가능성에 대해 “외환보유액 중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에 투자한 채권은 전액 선순위 채권으로 채권 원리금 회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유동성 위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8월 말 현재 2,432억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기준인 1,400억달러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급락도 기초 체력이나 시장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동수 재정부 차관은 이날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과거 경기침체기에 비해 여신 연체율, 어음 부도율, 주택가격 변화율도 특별히 나빠졌다는 증거가 없고 ▦주가주식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유가하락ㆍ수출호조로 기업 영업전망 악화 가능성도 제한적이며 ▦주식형 펀드의 지속적 유입, 연기금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기반도 양호한 상황을 들었다. 특히 정부는 외환위기 때처럼 경기침체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와 달리 경기침체가 금융기관 부실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예전과 달리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2일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번 무디스 아시아ㆍ중동 담당 부사장은 이날 e메일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은행들은 1997년 위기 당시에 비해 무척 건강해진 상태”라며 “한국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탄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프레드릭 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2일 밝혔다. 뉴먼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발언은 한국의 ‘9월 위기론’을 제기한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의 1일자(현지시간) 보도에 인용된 자신의 언급을 직접 해명하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먼은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보낸 글에서 “한국은 외채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1997년 외횐위기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