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어떤 판결 내릴까 "주목"

행정법원 '외국자본 조세회피' 과세 엇갈린 판결
실질과세 원칙 무게중심 경우 서울시등 승소
대법 조세법률주의 중시땐 과세 제동 걸릴듯


조세법률주의 대 실질과세 원칙. 국세청ㆍ서울시 등 국세ㆍ지방세 과세당국이 외국자본의 조세회피에 대해 세금을 추징한 것과 관련, 행정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놓아 향후 대법원 판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행정법원의 경우 실질과세 원칙을 중시한 경우에는 우리 과세당국에, 조세법률주의를 근거로 내세운 경우에는 외국 자본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외국자본의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 대법원에서 마땅한 판례가 성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세법률주의 대 실질과세 원칙 대립=싱가포르투자청(GIC)은 스타타워 빌딩을 매입하면서 주식 형태로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과점주주를 피하기 위해 2개의 법인을 설립했다. 아울러 주식을 하나는 50%, 다른 하나는 49%로 나눴다. 주식을 통한 건물 매입 시 취득ㆍ등록세가 부과되지 않으나 과점주주(주식 51% 이상 보유)는 예외이다. 따라서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GIC는 법인을 둘로 나누면서 지분을 51% 이하로 맞춘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170억원을 부과했고, GIC는 조세법률주의에 맞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초미의 관심을 끈 이번 소송에서 행정법원 5부는 최근 실질과세 원칙에 의거 과세당국의 추징이 옳다고 판결했다. 조세법률주의에 의거 형식상 과점주주는 아니나 실제로는 과점주주로 볼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사한 사안에 대해 행정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을 내놓은 것. 이에 앞서 행정법원 2부는 네덜란드 법인 옥메도퍼시픽이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외국자본의 손을 들어줬다. 옥메도퍼시픽도 건물을 주식으로 매입했고, 과점주주를 피하기 위해 두개 회사를 설립해 각각의 지분을 50%씩 나누는 방법을 사용했다. 상반된 판결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외국자본에 대해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있는 외국기업의 자회사가 해외본사의 활동을 위해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는 고정사업장을 갖는 경우 우리 과세당국은 국내 법인에 준하는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블룸버그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과세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원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행정법원 행정4부는 블룸버그의 국내 자회사 블룸버그코리아 유한회사가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종로세무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블룸버그가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어 과세할 수 있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같은 법원 행정13부는 블룸버그 본사가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국내에 블룸버그의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외국자본 과세 제동 걸리나=그렇다면 왜 이렇게 판결이 엇갈릴까. 이유는 대법원에서 이에 대해 명확한 판례가 성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의환 행정법원 5부 부장판사는 “외국자본의 이 같은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 상급 법원의 판례가 없다 보니 실질과세와 조세법률주의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행정법원의 판결이 달리 나오고 있다”며 “결국 대법원에서 명확하게 판가름해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조세법률주의를 우선하게 되면 과세당국의 외국자본 과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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