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문화계 결산- 출판·문학계

獨 도서전 등 굵직한 행사 풍성
처세·경제서 판매 늘고 인문·사회는 부진
문학계 신세대 감각의 신진작가들 두각

지난 10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행사.

올해는 출판ㆍ문학계에 유난히도 굵직한 행사들이 많은 한해였다. 중견 작가들의 경우 ‘행사에 참여하느라 책 쓸 짬이 없지 않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가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가장 큰 이벤트는 10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행사. 올해 우리가 주빈국으로 참여한 이 행사는 한국 문학과 출판 문화를 독일을 비롯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초청을 계기로 3월부터는 고은, 황석영, 김훈, 황지우, 신경숙, 김영하 등의 한국 작가들이 라이프치히, 본, 쾰른 등 독일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해 현지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이에 앞서 7월에는 북한에서 ‘6ㆍ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가 열렸다. 6ㆍ25전쟁 이후 갈라진 남북 문단이 반세기 남짓 기간 만에 하나가 되는 상봉이었다. 남북작가대회 기간 동안 고은, 황석영, 백낙청씨 등 100여명의 남측 문인 대표들이 북측 오영재, 홍석중 등과 백두산 천지에서 해맞이를 하며 통일을 염원했으며 6ㆍ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과 통일문학상 제정 등 구체적 교류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5월에 열린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는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해 프랑스 석학 장 보드리야르와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 칠레의 루이스 세풀베다 등이 참석해 국내 작가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학계에서는 중견 작가들보다는 신진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신세대 감각을 자랑하는 박민규가 첫 소설집 카스테라로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고 김연수는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스물다섯살의 김애란은 단편소설 ‘달려라, 아비’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서점가에서는 처세ㆍ취미ㆍ실용도서나 경제ㆍ경영서 판매가 두드러졌고 인문ㆍ사회과학서는 부진했다.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가 100만부 이상 출고됐고 ‘블루오션 전략’은 경제ㆍ경영서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블루오션’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출판계에서는 영구적인 완전정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서점과 시민단체는 “출판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개정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은 “완전 정가제만이 현재 붕괴 직전의 중소 서점가를 살릴 수 있다”며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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