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ㆍ1절과 문화 발전


3ㆍ1절을 맞는 요즈음 우리 문화계에 들려오는 소식들이 참으로 어둡다. 갑자기 나라를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혈세를 500억원이나 들여서 짓던 서울 예술섬과 오페라하우스가 아예 통째로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서울시와 구청의 문화 예산들이 대폭 삭감되거나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급기야 서울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인들에게 작으나마 표현의 공간과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은 서울광장 문화 공연이 아예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문화시설등 예산삭감 안타까워 예산 들어갈 곳도 많은데 호화스러운 예술섬이니 광장 공연이니 하는데 왜 돈을 써야 하느냐 하는 게 갑자기 이런 난리가 벌어지는 이유라고 한다. 과연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문화 선진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맞는가 하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급한 볼일로 호주를 들렀다가 단 한 시간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게 될까. 아마 대부분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곳은 이미 오페라와 그 관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과 관계된 건물, 특히 오페라하우스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는 하나의 문화적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은 마치 가난한 사람들이라도 결혼할 때 금반지 하나는 주고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을 쓸 곳도 많은데 무슨 오페라하우스냐고 하는 것은 마치 가난한 사람들끼리 결혼하면서 쌀이나 주고받지 무슨 결혼반지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야기가 서울광장 문화공연으로 넘어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서울광장에서는 1년에 약 200회 공연이 벌어져 서울시민의 문화 향유기회를 늘이고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문화 예술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소망을 키워가는 생동감 넘치는 문화 현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데 이 공연마저도 예산 절감을 이유로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예산을 없앤 사람들에게는 그 공연이 사치로 보였는지 모르지만 1회 공연당 최소 10명씩 200회 공연에 줄잡아 연인원 2000명에게 그 공연은 일자리고 꿈이고 소망이다. 어떤 이에게는 작고 소박한 무대조차도 살아가는 이유이자 인생의 모든 것이다. 그런 게 무너지고 밟히니까 최고의 교육을 받고 온 인생을 바쳐 예술혼을 불태우던, 미래가 촉망되는 귀한 젊은 예술인들이 굶어 죽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또 그렇게까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는 아니지 않는가! 1백년 전 정말로 우리가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나라를 잃고 독립운동을 하던 백범 김구는 그의 백범일지에서 "나의 소원은 오직 조선의 독립"이라고 말하면서 "그 독립된 나라에는 무력과 부유함보다 오직 문화만큼은 한없이 갖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오늘날 후퇴하는 서울의 문화 실태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세계는 지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계속 문화 후진국으로 남을 수는 없다. 백범의 문화사랑 정신 되새겨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이제는 서울이 세계 오페라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크게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200년 넘게 이탈리아가 오페라의 메카였는데 이제 서울이 그 오페라의 메카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오페라의 메카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백년은 걸려야 하는 일이고 빨리빨리 이룩한 우리도 60년이 넘게 걸렸다. 서울광장음악회와 예술섬 건립을 막고 있는 분들은 역사 앞에서 책임져야 한다. 3.1절의 정신과 백범의 문화 사랑 정신이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고 더욱더 새롭게 우리 앞으로 다가오듯이 오늘날 그들이 한 일도 결국 역사 앞에 지워지지 않고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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