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공동 선언문채택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합의한 8개항의 공동선언은 나름대로 양보를 통해 각자의 실리를 각각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양측 경협과 관련 우선 북한측 양보는 공동 선언 제 5항에서 엿볼수 있다. 5항은 "양측은 과거 경제ㆍ통상분야에서 합의된 사안들을 구체화하면서, 전력분야 등 공동으로 건설된 기업들을 복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면서 이들 협력은 "과거 양국간 채무관계를 감안해 이뤄질 것이며, 이를 위해 서로의 정부에 관련 업무이행을 위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지고 있는 38억루블의 부채를 경협과 연계시키겠다는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며, 북한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시 양보의 흔적이 나타나는 대목은 제8항 주한 미군 문제. 러시아는 비록 내심 주한 미군의 철수를 지지해 왔지만 공개석상에서는 이 문제가 1차적으로 한ㆍ미간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러시아는 북한측의 주한 미군 철수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을 이해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비군사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대목은 절충안이기도 하지만 러시아가 양보한 측면이 짙다. 한편 북한의 로켓 개발과 미-러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 관한 선언 2항은 비경제부문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2항은 ABM 협정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자 공격용 전략무기 감축을 위한 근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2항은 또 "북한의 로켓 계획은 순수히 평화적인 목적을 띠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는 국가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을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이 대목은 북한측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러시아로서는 '북한이 적대국에 대해서는 로켓으로 위협해도 된다'는 점을 사실상 묵인해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결국 이 조항은 ABM에 대한 비난 강도가 예상보다 낮았던 반면 러시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자국의 핵비 확산에 대한 의지마저 의심케하는 조항으로, 러시아가 양보한 대목으로 비쳐지고 있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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