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폭력시위의 주체와는 진행 중이던 협상도 중단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내각에 뼈있는 지시를 내렸다. 노동계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대화도 필요 없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의해서 강력히 처리하라는 것이다.“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선 반드시 추적해 책임을 묻고 처벌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달라”며 새로운 기준까지 만들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에 밝혔던 노동정책의 기조를 뒤흔드는 `커다란 변화`로 느껴진다. 과거처럼 단순히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잠시, 참여정부의 출범 초기로 돌아가 보자. 노동부의 수장인 권기홍 장관은 취임한 이후 줄곧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파업을 벌일 경우에도 불법은 불법대로 처리하되 그와는 별도로 대화로서 그들의 주장의 정당한지 여부를 파악, 해결하겠다”며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을 강력히 피력하곤 했다. 권 장관은 이 같은 점이 참여정부가 과거정권과 다른 점이라고까지 밝혔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깃발은 찾기가 힘들고 공권력에 의한 구속과 갈등만이 횡횡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노동계가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폭력시위를 강행하면서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그토록 대화를 소중하게 여기던 정부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법과 원칙으로만 밀어붙인다고 냉담한 노정관계가 풀릴까.
출범 초기에`대화와 타협`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서 노동계의 기대를 잔뜩 부풀리고 파업을 조장했다고 비판을 받았던 정부. 이제는 `법과 원칙`으로만 치달으면서 오히려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전용호 기자(사회부)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