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7억5,000만달러(약 11조7,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세계적인 저금리와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어느 때보다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해진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자금확보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가 9일(현지시간) 5~40년까지 총 6개의 만기로 신규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특히 창립 이래 처음인 40년 만기채도 22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MS가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확보에 나선 것은 특별히 현금수요가 있어서는 아니다. 웰스파고펀드매니지먼트의 짐 코찬 수석 전략가는 "MS의 채권발행은 자본확충의 필요성은 없지만 매우 유리한 금융시장 여건을 활용하려는 투자등급 기업의 (행동)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국채금리가 곤두박질치고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투자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손쉽게 '실탄'을 확보해두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 MS의 경우 당초 7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370억달러의 투자금이 입찰에 몰리자 발행규모를 확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MS는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기업 중 하나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9일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는 1.98%, MS의 10년물 채권 금리는 이보다 0.75%포인트 높은 2.724%다.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저리자금 조달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 주 머크가 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지난 2일 65억달러어치를 발행한 애플은 10일 처음으로 스위스프랑화 표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점을 활용해 최대한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홀야드애셋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카스트너 사장은 "매우 낮은 금리로 오랜 시간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의 장기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