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 경기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사전 억제를 위해 단기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에 적용되는 연방기금의 금리는 현행 5.25%에서 5.50%로, 지방은행에 자금을 빌려줄때 적용하는 재할인율도 4.75%에서 5%로 각각 인상됐다.FRB는 그러나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에서 「중립 기조」로 전환, 당분간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을 통해 『임금 상승압력은 대체로 억제된 모습이지만 지속적 성장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며 금리인상 이유를 밝혔다.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6월과 8월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다. 이에 따라 FRB는 지난해 가을 세계경제 파국을 우려, 세번 연속 단행한 금리인하의 효과를 원상복귀시킨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금리를 올린 이유는 경기과열에 대한 「경고」보다는 앞으로 있을 인플레이션을 미리 저지하기 위한 「보험적 성격」으로 평가된다. 지난 10월 생산자물가가 0.1% 하락했고 노동비용 상승율이 0.6%에 그쳤다는 사실은 물가상승 압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4.8%로 과열 기미를 보였고, 실업율도 30년만에 가장 낮은 4.1%까지 떨어져 물가상승 가능성이 잠복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사단은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2월까지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올해는 오는 12월 21일에 또한차례 FOMC가 남아 있긴 하지만, 달력이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생겨날 컴퓨터 오작동(Y2K) 가능성으로 중앙은행이 오히려 돈을 풀어야 할 입장이다. 은행 온라인 시스템의 작동이 중단되고, 현금인출기마저 고장날 것에 대비, 미국 시민들이 현금 보유를 늘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FRB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또 내년에 미국의 대선·상하 양원 선거가 겹쳐있기 때문에 FRB는 미리 필요한 만큼의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사석에서 『선거철을 피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피력한바 있다.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은 연말 보너스 평가를 앞두고 금리 인상의 악재를 호재로 돌리는 놀라운 재주를 보였다. 그들은 적어도 내년 2월까지, 길게는 상반기까지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앞세웠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71.58 포인트(1.6%) 오른 1만932.33에 마감했고, 또다른 블루칩 지수인 S&P 500 지수는 25.07 포인트(1.80%) 오른 1,419.46에 장을 마쳐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73.51 포인트(2.28%) 폭등, 3,293.06에 폐장함으로써 개장 일수 13일만에 11번째 최고치 기록을 수립했다. 코머스 펀드의 증권전문가 개리 켐벨씨는 나스닥 지수가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 『아직도 상승여력이 남아있으며, 연말까지 뉴욕 증시를 리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