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난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비용절감 노력에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 조직 내의 이른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솎아내기 작업에 착수했다. 순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프리라이더는 각 금융회사별로 2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특히 승진에서 밀린 '베이비부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의 최근 모습은 이들을 걸러내 퇴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 인력 재배치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는 사실상의 '준감원 시스템'으로 해석될 수 있어 해당 제도가 금융회사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형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프리라이더 정리 방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임영록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프리라이더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KB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국내 점포 1,200개에 2만5,000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국민은행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되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임 차장과 팀장급으로 분류되는 'L3'직급들을 영업창구 전면에 배치하고 이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3직급은 지난해 말 기준 4,600명으로 전체의 25%에 이른다. 임 회장은 최근 내부 자리에서 "지점장은 눈썹을 휘날리며 뛰는데 프리라이드하는 중견 직급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에 앞서 비대한 조직 중 한 곳인 농협은행도 이른바 '영업추진단' 제도를 도입해 프리라이더에 대한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국의 영업점에서 추려낸 저성과자들 22명이 각 지역본부 산하 영업추진단에서 별도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데 6개월에 한번씩 평가를 받아 누적 4번 미달 점수를 받을 경우 해고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다른 금융회사들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인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전체 인력의 15~20%가량을 프리라이더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 들어 경비절감과 생산효율 향상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프리라이더 해결이 인사정책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 담당자는 "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는 절감할 수 있는 경비는 모두 절감했다"며 "이제는 프리라이더의 생산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실적개선의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프리라이더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농협은행이 도입한 영업추진단 제도 등을 사실상의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일부 시중은행도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가 노조의 반대로 백지화된 경험이 있다.
시중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프리라이더의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하는 제도가 사실상 준감원체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