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전 금융기관을 상대로 '금융 사기 피해 예방 가두 캠페인'을 실시할 것을 주문해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회사들은 자발적으로 시행할 사안인데도 캠페인 실시 지역, 시간대까지 특정하고 세부 시행 계획까지 제출하라고 하는 등 금감원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은행연합회 등 11개 금융협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개별 회원사와 함께 금융 사기 피해 예방 가두 캠페인을 실시하라고 시달했다.
금감원이 특히 △공동 홍보물(현수막·어깨띠·리플릿) 제작 △집중 캠페인 기간일(4월21일~5월30일) 특정 등을 요구한 데 이어 지하철역·전통시장 등 유동인구 밀집 지역에서 활동을 벌이라고 명시했다. 더불어 시민 활동이 많은 시간대(출·퇴근, 점심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꼼꼼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모양새와 흡사하다.
또 금융사 홈페이지에 팝업 광고, 고객에 대한 이메일 안내문 송부 등을 요청하고 금융회사 영업점 액정표시장치(LCD) TV, 옥외 전광판 및 현금자동입출금기기(ATM) 등을 총동원해 문자 광고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도 모자라 세부 시행 계획까지 별도의 작성 양식에 맞춰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사의 한 대표는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가 총동원할 수 있는 것을 다 끌어다가 반강제적으로 캠페인을 실시하라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단 세월호 사태로 분위기가 어수선해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두 캠페인 시행 일정을 일단 다음달로 미루고 이달 말까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개별 협회와 금융사들은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금감원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