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골프 엿보기] '세레노(sereno)' 골퍼

[명사의 골프 엿보기] '세레노(sereno)' 골퍼 '로마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가 쓴 '성공하는 남자의 조건'이라는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성공하는 남자들은 첫째 몸 전체에서 '밝은 빛'을 발한다고 썼다. 여기서 밝다는 것은 잘 웃거나 떠들썩 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조용한 동작 하나에서도 밝은 분위기를 띠는 그러한 밝음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어 'sereno'의 의미와 비슷하다.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조용하게 갠, 평온한, 청명한, 침착한"이라고 씌어 있다. 밝은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세상에서 '세레노 남자'가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둡고 검은 쪽으로는 눈이 가지 않는 남자. 모든 것을 어둡게 보는 성격은 자신의 성공도 어렵게 하고 주위 사람들도 참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기 일에 90퍼센트의 만족과 10퍼센트의 불만을 가진 남자다.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는데 무게중심이 있다. 그러나 10퍼센트 정도의 불만은 스스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므로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네번째는 상식을 존중하는 남자. 이는 존중하라는 뜻이지 자신이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고 부연하고 있다. 흔히 멘탈스포츠라고 하듯 골프는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드라이버스윙이나 숏 게임 등 플레이가 잘 되다가도 어느 한 홀에서 놓친 쉬운 퍼팅 한 개가 짙은 아쉬움과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이후 플레이가 엉망이 된 경험을 많은 골퍼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미PGA 메이저대회에서 그레그 노먼과 닉 팔도가 우승을 다툰 적이 있다. 4라운드 전반만 해도 노먼의 승리는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마지막 몇 개 홀에서 자멸, 우승컵을 내줬다. 이날 노먼의 플레이는 도저히 세계 정상급 골퍼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역시 골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리적 안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꼈다.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성공하는 남자의 네가지 조건은 성공적인 골퍼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8개의 홀을 돌다보면 처음 몇 홀 부진하다가 어떤 홀부터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스윙이 잘되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인 경우도 수시로 경험한다. 전반적으로 공이 잘 맞지 않더라도 그날 따라 잘 되는 플레이가 한가지라도 있다면 그것에 90퍼센트 만족하고 10퍼센트는 잘 안되는 플레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점검하면서 다음 홀을 준비하는 낙관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번의 실수는 그것으로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평온함을 가지고 침착하게 플레이한다면 자신은 물론 동반자들의 마음을 밝게 하고 자연히 스코어까지 좋아지지 않을까. 이런 골퍼는 항상 동반자들로부터 환영받는 '세레노 골퍼'가 될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명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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