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FIFA 회장 출마 긍정검토… '축구대통령 꿈' 실현될까

■ 블라터 FIFA 회장 전격 사임
16년간 FIFA 부회장 역임… 경험·인맥 등 막강한 영향력
유럽축구연맹회장 플라티니, 회원국 지지 탄탄 대항마로
맨유 전 사장 데이비드 길, 선수 출신 피구도 후보에
정회장-유럽세 격돌 예고

정몽준(64)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은 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제프 블라터(79·스위스) FIFA 회장의 전격 사임으로 세계 스포츠계의 관심이 FIFA의 개혁을 이끌 새 인물로 쏠리는 가운데 신임 회장 선거전이 일찌감치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알리 빈 알후세인(40) 요르단 왕자도 곧바로 재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명예 부회장은 과거에도 FIFA 회장 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를 마치고 카타르에서 귀국하면서였다. 하루 뒤 국내 정치에 전념하겠다며 방향을 바꿨지만 정 명예 부회장의 오랜 꿈이 FIFA 회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사실상 '앙숙'이던 블라터 회장이 옷을 벗은 만큼 정 명예 부회장으로서는 꿈을 이룰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지난달 30일 회장 선거에서 73표(블라터 133표)를 얻은 알리 왕자가 당장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보이지만 결국은 유럽세와의 싸움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011년 1월 AFC 총회에서 정 명예 부회장을 5표 차로 제치고 FIFA 부회장에 선출된 인물이 바로 알리 왕자다. 정 명예 부회장은 이슬람권의 결집에 5선에 실패했지만 16년간 FIFA 부회장을 지내면서 쌓은 경험과 인맥으로 지금까지 세계 축구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FIFA 고위직에 오른 지 이제 4년 조금 넘은 알리 왕자보다는 블라터의 사임과 맞물려 실세로 떠오른 유럽 측 후보군이 정 명예 부회장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 왕자에게 표를 던진 회원국 대부분은 알리 왕자에 대한 신뢰보다는 블라터 회장이 싫어서인 것으로 보이는데 블라터 회장이 사라진 이상 알리 왕자의 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럽세의 선봉은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다. 정 명예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회장 선거를 불과 6시간을 앞두고 "블라터 회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한글은 물론 영문으로까지 배포해 반향을 일으켰다면 플라티니 회장은 UEFA 회원국들의 '반(反)블라터' 의견을 모아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월드컵 보이콧까지 언급했다. 블라터 회장의 지지 기반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연맹이라는 점에서 '블라터 왕국'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UEFA 인사가 FIFA 수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플라티니 회장은 그러나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한 2010년 당시 카타르 측의 조직적인 뇌물 살포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카타르가 개최지로 선정된 뒤 플라티니 회장의 아들이 카타르 스포츠용품 업체에 최고경영자로 취직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블라터 회장과 보조를 맞추며 축구계를 주물러온 플라티니 회장은 블라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게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정 명예 부회장은 1998년 FIFA 회장 선거 때 블라터가 아닌 렌나르트 요한손 당시 UEFA 회장을 공개 지지했고 2009년 올림픽 와일드카드 제도 폐지를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데이비드 길(58·영국)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길 전 사장은 이번 FIFA 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됐지만 블라터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자 항의의 의미로 곧바로 사임했다. 1997년 재무책임자로 맨유에 입성하면서 축구계에 발을 디딘 길 전 사장은 UEFA나 FIFA에서 일한 기간은 짧지만 그래서 더 신선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신선함으로 따지면 루이스 피구(43·포르투갈)도 가능성이 있다. 블라터 회장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FIFA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지난달 '후보 단일화'로 돌아섰던 피구는 축구행정 경험은 없지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경험을 앞세워 '선수들의 대통령'으로 유세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