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신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할 채권 규모가 1,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MF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제 위기 이후 고갈되고 있는 기금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등장했다. 특히 이는 신흥국들의 요구를 IMF가 사실상 승인한 것이어서 개도국 발언권 확대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IMF 이사회가 1,5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최초 발행하는 계획을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사회 투표는 1일로 예정돼 있다.
통신은 "기금 측과 회원국 사이에 몇 개월간 협상을 거쳐 이 같은 방안이 도출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IMF 발행 채권에 대한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나라는 중국(500억달러), 러시아(100억 달러), 브라질(100억 달러) 등 3개국이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회담에서 주요국들은 IMF의 재원을 7,500억 달러로 종전보다 3배 늘리는 데 합의했다. 미국이 이 달 1,000억 달러 증액에 동의하는 등 선진국들은 분담금 자체를 늘리자는 입장인 반면 신흥국들은 신규 채권 발행을 요구해 왔다.
IMF 투표권 재분배에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단기 채권을 사들인 뒤 '채권 회수'를 카드로 삼는 것이 신흥국의 영향력 확대에 유리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특히 IMF 채권은 달러화가 아닌 특별인출권(SDR)으로 표시되는 만큼 외환 보유고에 포함시킬 경우 달러화를 견제할 외화자산 운용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페터슨인스티튜드의 수석 연구원인 시몬 존슨은 "이머징 국가들은 현재 영향력 확대를 원하고 있다"며 "이번 채권 발행은 IMF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총재는 발행채권이 중앙은행 사이에서만 거래될 수 있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