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특기생 대학 입학 사기… 수십억 챙긴 교수 등 7명 구속

축구특기생을 수도권 대학에 입학시켜주겠다고 속여 학부모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대학 교수와 전 대학 축구부 감독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이들은 근로자들의 재교육을 위한 대학의 '계약학과'를 교육부 승인 없이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사기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전남 모 대학 교수 김모(60)씨와 경북 모 대학 전 축구부 감독 현모(51)씨 등 7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인천 지역 중고교 축구감독 출신 하모(6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모 대학교 명예교수 소모(60)씨 등 1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 등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대학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주겠다"며 학부모들에게 접근해 총 19억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사기행각에 당한 학생들은 81명에 이른다.

특히 전 중고교 축구부 감독 하씨는 교육부 승인 없이 손쉽게 개설할 수 있는 계약학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사기를 벌였다. 계약학과 제도는 기업이 근로자 재교육을 위해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특정 학과를 개설, 학사 학위까지 주는 제도다.

하씨는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기·충남 지역 대학에 창단되는 축구선수를 모집한다며 돈을 주면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주겠다고 구슬렸다. 이후 경비업체 대표 구모(42)씨와 짜고 학생들이 이 업체의 근로자인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해당 대학교에 계약학과를 신설해 근로자 자격으로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하씨는 회비로 구입한 대형 버스에 학교 로고를 붙여 축구부 버스라고 속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러나 실제 축구부 창단은 이뤄지지도 않았고, 결국 학생들은 동아리 수준의 축구활동을 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속은 피해학생은 55명, 피해금액은 8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조직적인 사기행각이 벌어지게 된 데는 교육부와 대학의 관리부실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하씨 일당이 3년여간 3개 대학교를 옮기며 같은 수법으로 범행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다. 또 대학들은 하씨 등이 만든 학과가 '스포츠경영학과' '스포츠사회복지학과' 등 경비업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음에도 순순히 학과를 개설해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학생 중 5~6명은 지방대 축구부에 합격하거나 재학 중인 상태였는데 수도권 지역 대학 축구부에 입학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기도 했다"며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축구를 관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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