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이 비상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1,000조원을 넘어선 은행 대출금의 이자나 원금을 제때 못 갚는 기업과 가계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선과 건설업 경기가 급속히 하강해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채권 연체율이 1.43%로 한 달 전보다 0.15%포인트 올랐다고 4일 밝혔다. 은행권 대출은 중소기업(약 450조원)과 대기업(약 150조원)을 합친 기업대출이 600조원가량이며 가계가 450조원 정도를 차지해 총 1,040조원이다. 지난해 11월의 은행권 연체율 1.43%는 2010년 8월(1.50%)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1.93%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0.57%포인트나 급등하며 2003년 9월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높았다. 대출액이 큰 편인 조선업과 건설업의 업황 부진이 대기업대출의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조선업 연체율은 17.87%까지 치솟았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연체율도 9.61%로 10%에 육박했다. 금감원은 채권단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 성동조선의 대규모 연체와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이 각각 진행되고 있는 임광토건과 신동아건설의 신규 연체가 반영돼 대기업 부문 연체율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의 기업대출 중 4분의3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부문 연체율도 2%로 올라 지난해 5월 (2.07%) 이후 가장 높았으며 이 때문에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도 1.99%로 1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0.79%로 동반 상승했지만 증가폭은 0.04%포인트에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03%포인트 오른 0.69%, 주택담보대출을 뺀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0.05%포인트 오른 0.98%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유럽 재정위기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에 따라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지만 성동조선 등 부실기업 처리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