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 나들이] 벤츠 뉴S클래스500L 기어변속때 충격 거의 없어 시속 120km서 주행감 묵직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LP레코드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매체가 들려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풍부한 음역. 혹여나 흠집이라도 날까하는 애달픔은 오히려 보석을 소장하는 듯한 충만감을 더해준다. 자동차라면 어떨까. 매년 전세계 유명 업체들이 쏟아내는 자동차중 진정 소장하고픈 욕심을 일으키는 차량은 무엇일까.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S클래스 500L'이 바로 그런 차다. 기존 S클래스 시리즈가 대대로 누려온 명성과 신차만이 가질 수 있는 첨단의 프리미엄이 절묘하게 더해진 매카닉의 명품. 기자 역시 시승에 대한 욕심이 앞선 탓인지 차량을 인도받은 즉시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도심 속을 달려보았다. 가속시 기어변속의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풍부한 주행감은 모든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카스테라토 창법을 듣는 것 같다. 벤츠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7단의 최첨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변속시의 미세한 덜컹거림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번잡한 도심 속을 헤쳐나가기 위해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속에서도 스트레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나믹한 운전감각에 점점 더 빠져든다. 도심을 빠져나와 초겨울 강원도로 향하는 6번 국도길의 한적함. 이 때다 싶어 가속페달에 힘을 주어봤다. 고속의 영역에 접어들수록 차가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보통의 승용차라면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영역에선 바람에 지푸라기가 날리듯 가볍게 느껴져 위협감을 느끼기 마련. 하지만 이처럼 묵직한 주행감은 도리어 고속영역으로 접어들수록 운전자에게 묘한 안정감과 함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국도를 타고 양평에 다다르자 조금씩 차량이 많아지며 서고 가는 주행이 반복된다. 이미 고속주행의 맛을 본 다음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하지만 시승 기자는 오히려 느긋해졌다. 차량 좌석에 탑재된 편의장치들을 즐길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럴 때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맛사지 시스템. 앞 좌석 사이에 놓인 중앙 컨트롤러를 간단히 조작하자 좌석 뒷받침대에서 맛사지 롤러가 척추를 위아래로 오가며 긴장을 풀어준다. 여기에 클래식 음악을 한 곡 골라 듣자 차안은 금세 움직이는 살롱으로 변했다. 이 같은 차량 정체 상황에서 후방 차량이 추돌해온다면 어떨까. 실제로 교통사고의 80% 가량이 후미 추돌 사고이지만 뉴 S클래스를 탔다면 비교적 안심을 해도 좋다. 이 차량에는 후방 추돌시 전자센서가 순간적으로 이를 감지해 운전석의 목받침을 각각 위와 앞으로 수십 밀리미터씩 이동시켜 탑승자의 경추와 척추 부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양평을 지나 홍천에 이르는 3시간여 가량의 주행을 끝마쳤지만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때론 고속의 스릴을, 때론 저속에서의 안락함을 즐긴 탓인지 목적지의 숙소보다는 차안이 훨씬 쾌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 뉴 S클래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였을 당시 벤츠코리아의 이보 마울 사장에게 농담삼아 "이 차를 타면 집에 가기 싫어져 가정 불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농을 던졌을 때 그가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웃으며 답한 것이 진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력시간 : 2005/11/29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