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에스컬레이터 인증제

KC인증 유럽기준 도입하면서 제동·하중 테스트 핵심은 빠져
부실한 저가 중국산 검증 부실… 역주행·과속사고 잇달아 불안


허술한 인증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를 초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체계에 구멍이 뚫린 탓에 부실한 중국산 수입제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최근 발생한 분당선 야탑역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4일 승강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역주행관련 인증기준을 강화했지만 핵심적인 규정이 누락, 역주행 사고를 예방하는데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이달 26일부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방지장치를 강제안전인증품목(KC마크 인증)에 포함시켰지만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수준이 못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KC마크 인증은 유럽기준(EN115)을 기반으로 도입했지만 가장 중요한 '제동거리 1미터 이하'라는 기준이 빠져 있다"며 "이 때문에 KC인증에서는 유럽이 하고 있는 '100% 적재하중에서 140% 과속 테스트'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국제기준을 도입했지만 주요 부분이 삭제됐다는 얘기다.

아울러 KC인증은 신규 설치에만 적용, 이미 설치된 노후 제품은 인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동 중인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속수무책인 셈이다. 이에비해 모든 엘리베이터는 설치공사 후에도 적재하중 100%를 싣고 실제 시험 검사를 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국내 에스컬레이터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의 경우 기계적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에서 인증받은 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작된 에스컬레이터가 수입되기도 한다"며 "지하철, 쇼핑센터 등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중 2만여대가 역주행과속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산 저급 승강기부품 유통이 증가됐기 때문"이라며 "과열 경쟁과 생산비용 부담으로 국내 생산 제품은 거의 드물고 대부분이 저가 완제품 형태로 중국에서 수입된다"고 설명했다.

역주행의 원인은 체인파단, 주제동기결함, 정비불량, 오동작, 부품결함, 전자적장애, 고하중 높이증가 등 다양하다.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및 과속 사고는 수십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국내에서는 지난 18일 분당선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 10년간 412건에 이른다. 또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에서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방지장치=구동체인이 끊어지거나 구동기 기어가 파손될때 운행방향이 저절로 바뀌어 탑승객이 넘어질 수 있는데 이를 저절로 감지해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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