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하락 금융권 영향은

연착륙땐 급격한 부실없지만 경착륙땐 금융 위기 올수도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가 금융권의 ‘재앙’으로 이어질 것인가.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소폭 하락하거나 연착륙(소프트 랜딩)할 경우 지난 90년대 초 일본의 경우에서와 같은 금융위기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큰 폭으로 급락, 경착륙(하드 랜딩)할 경우 만기가 짧은 주택담보대출 구조상 개인에 대한 상환압력이 거세지고 상환능력이 없는 주택소유자들이 일시에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집값 하락과 은행 부실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돼 경제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여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담보대출 규제조치를 취한 데 이어 최근에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비해왔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은행권의 무리한 경쟁이 ‘승자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은행 내부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전망이 제기돼왔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난 3월 강남ㆍ서초ㆍ송파ㆍ양천구ㆍ분당ㆍ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상승세는 거품의 결과”라며 “해당 지역의 경우 약 10~20% 정도의 거품이 끼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 경우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되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LTV가 50% 수준으로 집값이 절반 가까이 하락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순 금융감독위원회 서기관도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강화 조치로 시중은행의 LTV 관리가 비교적 건실한데다 3월 투기지역 내 아파트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적용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가 은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집값이 소폭 하락해도 전체 대출의 3분의1에 달하는 200조원 정도가 주택담보대출로 나가 있는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담보력이 하락하고 따라서 부실채권 규모가 커지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줄어 은행권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결국에는 은행 건전성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허인 삼성금융연구소 박사는 “최근 은행들의 영업이 주택담보대출로 집중되고 있는데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대출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은행의 자산운용이 어려워져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PB지원실 팀장도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사업계획 일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상환압력이 거세지고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만기가 짧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특성상 집값 하락이 곧바로 대출을 받은 개인들에 대한 상환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일시에 주택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추가 하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박사도 “집값 급락에 따른 주택매물 증가, 이로 인한 추가 하락은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예견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품 붕괴에도 금융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최대한 늘리고 대출조건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측면에서 투기지역 대출에 대한 DTI 적용은 적절한 조치였다”며 “그러나 만기 제한을 없애 보다 거품 붕괴시에도 상환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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