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제회복 4修

[데스크 칼럼] 경제회복 4修 이용택 ytlee@sed.co.kr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새 경제팀이 18일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1년 반 남짓 남은 이 정권의 임기 내에 다른 경제팀이 발족될 수도 있지만 대략 마지막 경제팀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설령 그 다음 경제팀이 가동되더라도 시간은 물론 추진할 힘도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굳이 마지막을 강조하는 것은 이번 경제팀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이 정권에 대한 평가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 정권 들어 지금까지 4번째 경제팀 수장이 교체됐다. 이전 수장들 모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고 곧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부로 느끼진 못하지만 봄이 오고 있다"는 입춘경기론에서부터 "성장률은 둔화돼도 소비가 살아나면서 체감경기는 나아질 것"이라는 체감경기 회복론까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주장만 반복해왔다. 이 정권의 출범1년이 경제문제에 관한 한 수험생의 처지였다면 지금은 재수, 3수를 거쳐 4수째가 된다. 이젠 이 정권에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도는 전강후약(前强後弱)의 흐름을 보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초기 강세, 중기 약세, 후기 강세의 U자형 궤적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지 홍보성 코멘트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도 더 바랄 게 없다.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자체가 바로 우리 경제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강세와 중기 약세는 맞을지 몰라도 후기 강세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미 후기에 접어들었고 지지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경제 역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새 경제팀은 당장 물폭탄으로 일그러진 서민경제부터 챙겨야 하는 과제가 던져졌다. 첫 가동되는 새 경제팀으로서는 결코 상큼한 출발이 아니다. 여기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고유가와 북한에 대한 UN 안보리 제재 등 예전보다 더 강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 정권이 누누이 자랑해온 주식시장도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하락세로 방향을 틀 조짐이다. 주식시장마저 추락하면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진다. 이대로 가면 역대 정권들보다 훨씬 심한 전강후약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오점이 있어도 경제를 살린 정권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지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22년 동안 권력을 유지했지만 하야를 외치는 군중시위나 유혈사태는 없었다. 독재자란 비난에 대해 오히려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직 건강할 때 물러나는 독재자"라고 되받아칠 정도로 당당하게 권력에서 내려왔다.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레이시아 경제를 발전시킨 덕분이다.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재임 때 이란-콘트라, 섹스 스캔들 등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퇴임 때의 지지도가 모두 60%를 넘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감세를 주축으로 한 경제정책으로 강한 미국을 재건,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지금도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섹스 스캔들로 얼룩진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 지지도가 취임 때의 지지도를 웃돈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의 경기확장 행진을 하고 40년래 최저의 실업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바라는 중기 약세, 후기 강세의 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4수째인 이제는 경제회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재수, 3수 때의 시행착오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이는 새 경제팀의 몫이자 부담인 동시에 얼마 남지 않은 이 정권의 후기를 잘 보좌하는 일이기도 하다. 입력시간 : 2006/07/17 16:24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