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 법 준수 선서 하자마자 직무 저버린 19대 국회

상임위 배분 싸고 논쟁… 안건처리 없이 끝나

여야간 협상이 지지부진해 국회가 또 늦장 개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인 없이 텅 빈 국회 본회장. /서울경제DB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19대 국회 300명이 다음달 5일 첫 본회의에서 할 국회의원 선서문이다. 그러나 300명의 '입법기관'은 선서문을 낭독하자마자 이를 어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은 개원한 30일 이후 7일 만인 5일까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날 본회의는 선서문 낭독 후 안건 처리 없이 끝나기 때문이다.

상임위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논쟁은 30일에도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원내수석부대표는 머리를 맞댔지만 단 30여분간 열린 회의의 결과는 국회의원 개회식을 위해 오는 6월5일 본회의를 열자는 내용뿐이었다. 6월5일 개원식을 열자는 얘기를 하기 위해 만났을 뿐 구체적인 상임위 협상을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 가서야 제대로 된 본회의가 열리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개원을 맞이해 국회에 방문한 어린이들은 텅 빈 본회의장을 둘러보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에서 여야의 상임위 구성이 협상 대상에 오른 이후 국회는 평균 54일을 개원 협상으로 보냈다. 선진국 국회가 개원을 협상이 아닌 의무로 보고 개원 전 내부 경선 등을 통해 상임위 구성을 마치는 것과 다른 모습니다. 18대 국회 역시 개원하고 88일이 지나서야 상임위가 가동했다. 대선이 겹친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모든 협상이 정국 주도권과 더욱 밀접하다고 여기고 있어 원 구성 협상은 18대 국회 못지않게 길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야가 개원 첫날 각각 12개와 19개의 우선 처리 법안을 발의했지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민생법안은 올 연말에 가서야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한 종북 의원 처리 논란, 방송사 파업과 저축은행 여권 인사 로비 의혹 등 강경대치가 이어질 법사위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ㆍ정무위 등은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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