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미술관이 움직여?"

금호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 展

미술관에서 얌전하고 우아하게만 감상하던 시대는 끝났다. 시공을 초월한 예술과 다양한 미디어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라면 미술관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사간동 금호미술관은 어린이들이 미술관 공간에서 즐겁게 앉고, 눕고, 뛸 수 있는 공간 체험전 ‘움직이는 미술관’을 5월1일부터 8월16일까지 연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마련한 기획전으로 미술작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8개 팀이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고 상상력도 기를 수 있도록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1층에는 정소영 작가가 만든 ‘움직이는 섬’이 있다. 대륙이나 섬을 상징해 만든 바퀴 달린 구조물로 어린이들이 위에 걸터앉아 타고 놀 수 있으며 움직여 퍼즐처럼 맞출 수도 있다. 하나의 덩어리였던 지구 대륙이 지각 변동으로 지금의 5대륙으로 분리됐다는 과학적 가설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2층에는 신체의 균형 감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안규철 작가의 집 모양 설치작 ‘잠드는 방’이 있다. 철학적인 개념을 작품에 녹여내고 건축적인 공간을 작업에 등장시키는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입구와 출구가 뒤틀리고 바닥이 벽이 되고 벽이 천장이 되는 비현실적인 실내, 왜곡된 공간이 독특하다. 또 김현준은 박스용 골판지로 미로같이 만든 놀이터 ‘밟지 마시오’를 제작했다. 어린이들에게 규제와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3층에는 김승영과 오윤석 작가가 꾸민 ‘푸른 방’이 있다. 온통 파란색인 방으로 둥근 물침대에 누워 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화려한 영상물과 게임을 가까이 하면서 현란한 시청각 자극을 받는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친환경적’ 놀이터가 될 공간이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또 3층에는 33평형 아파트를 5분의 3크기의 미니어처로 만든 건축가 서승모의 공간도 있다. 익숙한 아파트가 순간 호빗족(Hobbitsㆍ톨킨의 소설에 등장하는 체구가 작은 종족)의 집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지하 1층에서는 어린이들의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바퀴 달린 의자, 탈을 쓴 의자 등 가구들이 알록달록한 공간에 놓인 디자이너 이와신의 방 ‘내 그림 속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맞은 편에는 ‘엄지공주의 집’ ‘별이 가득한 집’ 등 동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조그만 집들이 디자이너 김현정과 구만재에 의해 설치돼 있다. 매주 월요일만 휴관이며 입장료는 3,000~4,000원. (02)7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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