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GM대우 버릴수 있을까

"소형차 생산기지 손 못뗄것" VS "복안 있어 포기할 가능성도"
"개발경쟁력도 있어 협상땐 산은에 유리" 분석
"印등 대체기지 확보… 최악상황 대비해야" 지적도
결별땐 해외판로 막혀 지분인수 카드 신중해야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이 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GM대우의 현재 지분구도가 바뀌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GM대우 문제의 핵심은 GM이 GM대우를 포기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GM과 산업은행 간 갈등 양상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와 관련해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은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GM이 GM대우의 제조판매 능력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능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그룹 구조조정을 마친 후에도 GM대우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GM이 소형차 개발에 경쟁력이 있는 GM대우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GM과 산은 간 협상은 산은 쪽에 유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소형차와 관련한 복안이 GM에 있으므로 GM이 ‘GM대우를 버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GM, GM대우 포기 못할 것”=GM이 최근 미국 정부에 제출한 구조조정 보고서에서는 “GM대우가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M&A)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됐다. GM그룹 내에서 GM대우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됐다는 것. GM대우는 GM의 중국시장 판매량 중 40%를 생산하는 곳이며 GM 브랜드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있는 ‘시보레’로 연간 40만대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다. ‘GM의 회생 과정에 GM대우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GM대우가 GM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 GM과 산은 간 줄다리기는 산은 쪽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자금지원과 회생을 조건으로 GM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수웅 LIG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M대우가 GM그룹에 꼭 필요한 공급처 중 하나인 만큼 최근의 상황은 산은 쪽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악 상황은 대비해야”=하지만 GM대우의 입지가 알려진 만큼 강하지 않다면, 즉 GM대우가 아니더라도 GM이 소형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GM이 “GM대우를 포기할 수 있다”며 오히려 산은과 우리 정부를 압박해올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GM은 인도ㆍ러시아ㆍ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꾸준히 소형차 생산을 늘려왔다”며 “GM대우를 대체할 생산기지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이 영 GM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언급한 ‘경영포기 가능성’이 단순히 산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GM대우의 직원 수는 1만7,000여명, 여기에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무려 10만여명이 GM대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GM이 손을 뗄 경우 불어 닥칠 고용불안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산은과 우리 정부의 몫으로 남는다. 이 팀장은 “GM보다 오히려 우리 쪽에 약점이 많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 지분인수 카드 신중해야”=산은이 협상 카드로 들고 있는 지분인수 등의 방법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GM대우의 경영권이 산은으로 넘어가 GM과 결별할 경우 당장 해외판로가 끊긴다. GM대우는 지난해 190만5,000여대를 국내외에서 판매했으며 이중 94%인 178만8,000여대가 GM 판매망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수출됐다. 수출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더 큰 난제는 브랜드가 없다는 점. GM의 시보레와 같은 브랜드를 달지 못하면 해외판로를 직접 개척한다고 해도 마케팅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판매와 브랜드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GM의 판매망과 브랜드 때문에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체 틀 속에서 GM대우 문제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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