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들까봐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사는 A(74)씨는 요즘 밤에 불을 켜 놓고 잠을 잔다. 낮에도 TV를 켜 놓고 일을 나간다.
얼마전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든 데다 마을 주민 상당수가 집에 잇따라 도둑이 들어 금품을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부터 '집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A씨는 8일 "지난달 중순 새벽 2시께 잠결에 현관문과 창문을 따는 소리가 들려깜짝 놀라 잠에서 깬 뒤 불을 켜고 소리를 질러 도둑을 쫓아냈다"며 "하마터면 우리집도 털릴 뻔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조용하던 마을에 토지보상금이 풀린 이후 도둑이 활개치면서 마을이 벌집쑤신 듯 어수선하다"며 "요즘 불안해서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하루 빨리 도시로 이사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같은 마을에 사는 B(71)씨도 최근 자신의 승용차 사물함에 넣어 뒀던 현금 수백만원을 도난당했다.
그는 "영농자금으로 쓰기 위해 토지보상금 일부를 은행에서 찾아 승용차 사물함에 넣어 두고 잠을 잔 뒤 일어나 보니 승용차 유리창이 깨져 있고 돈다발도 사라진것을 발견했다"며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 없다"고 마을의 분위기를 전했다.
연기군 남면에 사는 C(59)씨의 경우 최근 토지보상금 일부가 예치된 통장 2개와 도장을 집에서 보관해 오다 모두 도난당했다. 다행히 도난 사실을 일찍 확인하고 거래은행에 신고해 피해는 겨우 면했다.
한국토지공사로부터 토지보상금을 받은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은 농번기까지겹쳐 보상금과 영농자금을 노린 도둑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고 특히 낮에 집을 비우고 일하러 나가기도 부담스럽다.
실제 최근 1개월 사이 장기면 일대에서 10여건을 비롯해 행정도시 예정지에서 금품도난 사건이 모두 20여건이나 발생했다.
도난사건 공개를 꺼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 임모(47.연기군 남면)씨는 "주민들의 집과 땅 대부분이 토지공사 소유로 넘어갔지만 아직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만큼 보호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경찰과 자치단체에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행정도시 예정지 내 절도 범죄가 지난해에 비해 10-20% 가량 늘긴 했으나 주민들이 보상금을 현금으로 받거나 현금화 해 보관하지 않는 만큼 이를 보상금을 노린 범죄로 보긴 어렵다"며 "이 지역의 절도범죄는 농번기에 자주발생하는 '침입 절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토지공사는 지난달 22일까지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과 토지 및 지주 수기준으로 각각 73.6%, 80.7%의 보상계약을 했으며, 협의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290만2천평(3천498필지)에 대해 지난달 23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