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주택은행, 농협, 한미은행, LG투신운용, 서울투신운용등 5개 기관투자가들을 「독수리 5형제」라고 부른다.이들은 수십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채권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과거 채권시장은 3대 투신사가 거래의 60~70%를 담당했으나 최근들어 이들 5대 기관이 시장을 과점한 상태로 판도가 확 변해버렸다..
최근 채권시장의 판도변화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보수적인 은행들이 채권딜링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기관간 채권매매 패턴이 차별화되면서 채권시장의 거래 흐름도가 달라졌다는 것. 또 농협, 한미은행등 강북에 위치한 은행과 강아래 여의도의 주택은행, LG투신, 서울투신간 대립구도까지 형성돼 한강을 사이에 놓고 치열한 수익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싸움을 먼저 시작한 것은 여의도의 주택은행. 증권사 사장출신 행장이 취임하면서 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공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각종 국공채 거래의 마켓메이커(MARKET MAKER:시장조성자)를 자임한 주택은행이 수 천억원의 매매주문을 내면 채권수익률이 0.3~0.4%포인트 출렁거리는 일은 예사다. 주택은행은 채권수익률이 출렁거리는 틈을 다시 비집고 들어가 당일 매입후 매도, 매매중개 등 증권사들이나 할만한 업무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LG투신운용, 서울투신운용은 투신사로 중에서도 단기 채권매매에 관심을 갖고 채권시장내의 과점자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편 강북에 있는 많은 은행들은 아직도「채권 매입후 만기까지 보유」라는 전통적인 투자전략을 고수하면서 주택은행의 시장 휘젓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잇다. 그러나 2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농협이나 10조원대의 한미은행은 최근 채권 전문 딜러들을 보강하면서 하루단위로 채권을 사고파는 딜링을 시도, 주택은행의 독주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서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택은행의 딜링 방식에 대해 시장참가자 사이에는 유동성을 풍부하게 한다는 긍적적인 시각과 시장교란 가능성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과거 3투신이 채권시장을 좌우하던 때에 비하면 현재 채권시장 구도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여전히 과점체제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연기금의 시장참여, 채권중개 전문브로커(인터딜러브로커) 도입등 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