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대한민국은 테마파크 공화국?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와 고용 창출 명분을 내세워 테마파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지난 13일 미국의 파라마운트사와 송도 부지에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를 설립하기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도도 최근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시화호 간척지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골프장에 컨벤션센터ㆍ호텔ㆍ콘도까지 갖춘 초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포천시는 108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다. 시흥시도 미국의 MGM과 테마파크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도 테마파크 유치가 추진 중이며 부산 등 지방의 많은 도시들도 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자체나 대기업들이 앞다퉈 테마파크를 유치하려는 속뜻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자 테마파크가 마래성장산업으로 뜨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테마파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에서도 지난 부동산 버블 극성기에 세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은 테마파크가 속속 착공됐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의 테마파크를 너무 많이 지은데다 운영 노하우 부족으로 상당수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부도를 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라는 브랜드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테마파크의 원조 격인 미국의 디즈니랜드조차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관람객을 유치해 성공적인 테마파크라는 평가를 받은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조차도 최근 들어 흑자로 전환됐을 정도다. 테마파크는 집객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입지, 천문학적인 자본, 고도의 마케팅능력과 운영 노하우가 절묘하게 결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 문제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외국에 진출할 때 직접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운영 노하우에 대한 로열티만 받고 있으며 캐릭터상품 판매 통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테마파크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충분한 사전 검토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세계적인 명성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면 사업계획을 전면 중단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테마파크 조성계획만 놓고 본다면 벌써 대한민국은 테마파크 공화국이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