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행장에게 지난 14일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5년간에 걸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크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받았고 사회적 명예도 잃었다. 상처뿐인 무죄다. 사회적으로는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공직사회에는 책임지는 일을 기피하는 '변양호 신드롬'이 만연하는 결과를 낳았다.
외환은행 매각 논란은 2006년 초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정상가격보다 3,443억~8,252억원이나 싸게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외국 투기자본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에다 외국자본에 부정적인 일부 국민감정까지 가세하자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법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에 따라 당시 매각을 주도했던 변 전 국장을 비롯해 외환은행 관계자들이 헐값매각 혐의로 줄줄이 기소되면서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돼왔다.
당시에도 외환은행 매각은 직무상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로 문책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 밀렸다.
대법원이 "매각협상을 위임 받은 공무원이 경제적 상황과 필요성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다 해도 배임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 및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무리했던가를 말해준다. 특히 증거에 의한 수사보다 국민감정에 편승해 수사한 검찰은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포퓰리즘 수사'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300여일간의 수감생활을 비롯해 변 전 국장 등 관계자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지만 이 같은 사회적 아픔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훈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편의주의적 수사 등 잘못된 수사관행에서 벗어나고 변양호 신드롬이 만연한 공직사회도 눈치보고 몸 사리는 보신주의 풍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도 공무원이 직무상 소신을 갖고 추진한 정책과 판단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풍토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의혹 등 문제를 제기한 후 무죄판결이 나도 사과하지 않고 모른척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억울하게 고통 받은 당사자들에게 얼마라도 위로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