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합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ㆍ벤처ㆍ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술신보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이 57개 기금을 대상으로 존치 여부를 평가한 결과를 오는 30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금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두 기금 업무의 유사성ㆍ중복성.
지난 89년 기술신보가 우량기술기업ㆍ벤처기업 등 신기술 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을 위해 출범했지만 이후 일반기업 보증이 확대되면서 신보와 업무면에서 유사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신보의 보증잔액 15조원 중 71%는 기술혁신기업, 벤처기업, 산업자원부ㆍ과학기술부 지정 신기술인증기업(KTㆍNT인증기업) 등 우량기술기업에 대한 보증으로 나가 있다.
특히 15조원 중 9%에 달하는 1조3,379억원은 기술신보 산하 기술평가센터로부터 우량기술평가를 받아 보증지원된 ‘기술평가보증’이다. 우수한 기술을 가졌지만 자금이 없고 담보능력도 부족한 기업에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준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조영삼 박사는 “하이테크 기업, 벤처기업 등 우리 경제에 중요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이 취약하다”며 “아직 기술에 기반한 금융시장 형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기술신보는 존재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IMF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ㆍ벤처ㆍ창업기업을 지원해오던 금융기관들이 몰락하고 벤처캐피털마저 어려워지면서 기술신보가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IMF 이후 종금사ㆍ상호신용금고 등이 문을 닫으면서 중소기업ㆍ벤처기업들이 어음을 할인할 곳도 없어져 은행에만 기대야 했는데 은행들마저 자금제공에 소극적이어서 기업들이 어렵다”며 “돈줄이던 벤처캐피털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이 막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금시장에서 중소ㆍ벤처ㆍ창업기업이 소외되고 있는 가운데 그 빈 곳을 채워주는 곳이 바로 기술신보”라고 강조했다. 변 사장은 “만약 신보와 기보가 통합되면 기보의 이러한 역할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기업협회 회장인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은 “기술신보는 기술력 평가를 통해 우량기술기업에 대한 보증을, 신보는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을 해주는 방향으로 특화해야 한다”며 “양 기관 통합의 시너지 효과보다 기술력 있는 벤처에 대한 지원의 차별성이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