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낮은 日 국가신용

무디스, 4개社 신용등급 2단계높여

“우째 이런 일이…” 일본에서는 최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신용등급조정 조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무디스가 미스비시 도쿄 파이낸셜그룹(MTFG) 등 일본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국가신용등급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이달 초 MTFG 등 4개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A-1’으로 두 단계 상향조정했다. 반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A-2’에 머물러 은행보다도 신용이 떨어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민간기업의 신용등급보다 떨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빚을 갚기 위해 최악의 경우 돈을 찍어내거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이 민간기업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도 민간기업의 신용등급을 웃도는 게 상례다. 그래서 회사채 발행금리를 결정할 때 국채발행금리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얹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에서는 은행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국가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순서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보다는 국가의 신용등급을 먼저 끌어올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무디스는 이런 의문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국가와 민간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결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스즈키 마쓰오 무디스 일본지사 부사장은 “최근의 신용등급 조정이 통념과 어긋나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국가와 민간기업의 신용등급을 분리해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분리 주장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은행들이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재정위기가 닥치면 은행이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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