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컴퓨터도 지쳤다…`무어의 법칙' 한계 직면

최근 수십년간 컴퓨터의 성능은 약 2년 주기로 컴퓨터 반도체 칩의 집적도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에 의해 지배돼 왔다. 이는 인텔 창업자의 일원인 고든 무어가 지난 1965년 제시한 것으로, 세계 반도체 역사는 이에 맞춰 진화돼 왔다. 실제로 반도체 용량은 평균 2년마다 2배씩 개선됐고,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욱 강력하면서도 가격은 인하된 개인용 컴퓨터(PC)와 랩톱, 스마트폰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컴퓨터 성능의 무한질주 시대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일(현지시각) 컴퓨터 기술의 한계로 해당 업계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무어의 법칙'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의 추가적인 집적화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떤 도시든지 모든 가로등에 동시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반도체의 소형화는 기술적으로 여전히 가능하지만, 지금같은 방식에서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수많은 트랜지스터들이 한꺼번에 과도한 전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수석 연구원인 윌리엄 댈리 스탠퍼드대 교수(컴퓨터공학)는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통한 소형화는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컴퓨터공학의) 진전을 위해 진정한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컴퓨터 기술의 이런 한계는 지난 6월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재 출시돼 있는 최고의 제품도 모든 트랜지스터에 동시에 전기를 공급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트랜지스터가 장착돼 있어 일부는 `먹통'(dark) 상태를 피할 수 없다는 것. 논문의 저자들은 이르면 내년 중에 이들 최신 제품에서 과부하로 인해 트랜지스터의 21%가 먹통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5년여 내에 5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공저자인 도우그 버거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은 "과부하가 걸릴 경우 반도체가 녹아내리진 않겠지만 잘못된 연산을 하거나 제품 자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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