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개인과 기업대출 양 부문에서 가산금리 체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연초 이후 잇따른 금리인하로 전 금융권의 릴레이 금리인하를 이끌어낸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이 실행하는 또 다른 금리실험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중소기업과 개인대출의 최고금리는 9.5%로 인하된다.

조 행장은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통한 상생발전을 위해 가산금리 체계를 전면 폐지하고 감면금리 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이 개인대출에 한해 지점장 전결금리 중 가산금리를 폐지한 적은 있지만 개인과 기업대출 양 부문에서 가산금리를 없앤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감면금리체계는 창업기업이나 장기거래고객 등 고객별로 다양한 감면사례를 표준화해 순차적으로 금리를 감면해준다.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에다 정책ㆍ상품ㆍ고객ㆍ담보 등의 항목에서 자격을 갖추면 금리를 인하해주는 식이다.

조 행장은 "각기 다른 대출사례에 동일한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며 "기존 은행 중심의 금리체계를 고객중심으로 개선함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금리에 대한 고객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3만7,600여곳의 중소기업과 4만2,600여명의 일반개인이 금리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과 개인대출 최고금리를 1월1일부터 9.5%로 인하한다. 조 행장이 취임 때부터 주장한 '대출금리 한자릿수 인하'의 시점이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연체대출 최고금리도 중소기업과 개인대출 모두 11%로 인하했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대출 금리를 내리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열에 동참했는데 그 혜택은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며 "신용등급별로 12단계의 금리상한선을 설정한 것도 금리인하의 혜택이 모든 중소기업에 골고루 돌아가게끔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치로 연간 1,000억원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행장은 "재임기간 중 이익이 계속 줄어든 행장으로 기억되겠지만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만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줄어드는 이익은 저비용 조달기반을 확충하고 비이자수익 기반도 넓히면서 상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