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재수생인 허모(28)씨는 지난 1년여간 수십 군데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원 대상은 대기업과 공기관. 하지만 중소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도 허씨는 계속 대기업 문만 두드릴 생각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결혼하기 어렵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거리고 있다. 청년층이 취업을 미룰지언정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급여나 복지가 대기업보다 낮거나 비전이 부족하다는 게 고개를 돌리는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청년층의 인식 저변에는 상대적 패배의식 등 중소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체면의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상반기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로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근무 기피'라는 응답이 33.0%였다. '회사 소재지의 지역적 여건(23.7%)' '임금 및 복리후생 수준이 낮아서(17.7%)'보다 높은 비중이다. 즉 중소기업 인력난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인식부족이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편견은 대기업이나 공기관 또는 '사'자 달린 전문직이 전부라는 그릇된 국민인식으로 이어져 불균형적 청년실업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김선태 박사는 "중소기업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성공을 향한 사람이 가는 곳은 아니라는 편견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며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바로 알아야 하고 좋은 중소기업을 알리는 등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경영 활성화는 물론 근로환경과 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등 중소기업 인식에 대한 자정기능을 수행해 양질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운 한국중소기업학회장(서강대 교수)은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에 가면 도전적 인재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한다"며 "정부나 중소기업ㆍ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중기 주연시대'를 맞아 지난해 연중 시리즈 '젊은꿈, 성장기업서 키워라'의 연장선에서 중소기업 인식개선 프로젝트인 '행복한 중기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