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일자리 늘리라면서 … 산으로 가는 고용정책

정책목표·실행 따로따로 … 과다 규제로 오히려 채용 줄어
경제단체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땐 피해" 대법원 탄원


'고용률 70% 달성'을 핵심 기조로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과다한 고용규제, 관련단체와의 소통채널 단절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에 있던 일자리도 줄여야 할 판이다.

기업의 성장동력을 북돋워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을 달성해야 할 정부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헤매면서 입으로는 일자리 확대를 외치지만 실제 손과 발은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목표와 정책실행이 완전히 따로 노는 형국이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산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대법원에 탄원서를 전격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이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관련해 사법부에 공식적으로 탄원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규제 법안이다. 기업여건에 따라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한 현행 근로시간을 일괄적으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적절한 물량과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법에서 근로시간 총량을 규제하지 않고 노사 자율에 맡기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히려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형은 납기가 생명인데 근로시간이 줄어 20일 걸리던 납기일이 40일로 늘면 거래처가 다 끊긴다"며 "이렇게 되면 법 취지와 달리 기존 일자리까지 없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외에 통상임금·정년연장 이슈 등과 관련해 재계의 우려에 귀를 닫은 가운데 노정관계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에 반발해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불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공기업 개혁 역시 정책취지가 무색하게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84명이나 줄였고 한국농어촌공사(100명), 한국서부발전(41명), 한국가스공사(23명), 서울대학교병원(333명) 등도 채용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선진국 추세에 역행하는 고용규제 방향과 정부의 소통의지 부족이 이어지면 고용률 70% 달성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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