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정몽구·서경배 회장과 동업하는 길이요? 주식 투자죠."
'주식 농부'로 알려진 박영옥(54·사진) 스마트인컴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식투자는 기업과 개인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며 서로의 '반려자'가 돼 동행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이 미국은 30%, 일본은 40%이지만 한국은 70%에 달해 '잠자고 있는' 자산 비중이 크다"며 "우리도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잠자고 있는 돈을 일하게 해야 한다"고 저금리 시대에 투자 대안은 주식이라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종잣돈 4,5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현재 주식 평가액이 1,800억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로 최고 평가액을 자랑하는 그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인 종목으로는 현재 삼천리자전거·참좋은레져·조광피혁 등이 있다. 그의 놀라운 수익률에 한때 '슈퍼 개미'라고 불렸지만 스스로를 '주식 농부'로 칭했다. '주식 농부'라는 별칭에는 그의 투자 지론이 담겼다. 종목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굴리는 자금이 커질수록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농부의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관리하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농심(農心) 투자철학'이 그것이다.
그는 '좋은 비즈니스모델' '건강한 재무·지배 구조' '건강한 최고경영자(CEO)'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투자 포인트도 꼽았다. 그는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치가 있는 것, 혹은 앞으로 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좋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단 투자 대상"이라며 "일상생활에서 가치 있다고 느끼고 필요하다고 느낀 사업을 하는 종목들을 사들였다"고 귀띔했다. 또 "취약한 지배구조는 디스카운트 요인이지만 재무구조는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다"며 "이미 성장한 기업의 경우는 재무상태가 좋을 수밖에 없지만 이제 막 성장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사업 모델만 좋으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금배당률이 2~3%는 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지만 박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등의 업종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는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투자할 자신이 없다"며 "대신 영화전문 창업투자사인 대성창투, 바이오 관련해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제약이나 바이오 업종을 투자처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기업(유가시장)과 가장 성과를 많이 공유하는 대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총 현금 배당에서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37.5%에 달한다"며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30~60%에 이르는 반면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주식투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은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팽배하고 주식투자를 통해 바르게 성공한 '롤모델'이 많지 않다"며 "주식을 사는 행위가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코스피에 대해 박 대표는 "코스피지수의 등락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시장에서는 공포가 과장됐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조금씩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될 것이어서 코스피가 급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버핏이 그의 고향의 이름을 따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듯 박 대표도 자신의 고향을 따 '전주의 현인'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의 현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그는 "예전에는 전주가 교육과 문화의 도시였지만 이제는 성장이 멈춘 도시가 됐다"며 "전주를 비롯한 저성장 도시들도 금융자본을 통해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