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일제 폭등] 정부선 느긋 "고유가 경제영향 적다""원화절상 효과로 국내유가 상승폭은 작아"올 물가상승률 3%대 전망등 장밋빛 일관 유가가 높은 곳에서 춤을 추고 원자재 값도 덩달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정부의 한 쪽에서는 원화 값이 올라가는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환율하락 덕분에 고유가로 인한 경제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역조건의 양대 축인 환율하락과 원자재 값 폭등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종합해내는 당국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유가수준을 20달러대로 상정했다가 연평균 33.7달러까지 상승하면서 경제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낙관론 일관하는 정부=전망이 안일하니 대책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올해 에너지 예산을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렸지만 선진국에 비해선 턱없이 모자라다. 에너지 차관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법의 국회통과가 늦어지면서 에너지 관련 조직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공약(空約)이 될 처지다. 때문에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ㆍ한국은행 등은 원유 값이 전년 대비 배럴당 3달러만 상승해도 GDP성장률이 0.13%포인트에서 0.3%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상황. 이에 따라 이미 10달러 이상 폭등한 상태에서 정부가 올해 목표한 5% 안팎의 성장률 달성이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만 유독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하고 있어 실질적인 경제주체들과 '코드'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 탓에 오히려 에너지 절약을 꾀해야 하는 기업이나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지지부진해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부는 9일 내부적으로 작성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거시경제 효과' 보고서에서 "유가상승이 소비자 구매력이나 기업 채산성 등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에 주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상승이 기록적인 추위와 투기성 자금 유입 등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는 만큼 현 수준을 연중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장밋빛 전망도 곁들였다. 보고서는 유가가 올라도 원화가치가 절상된 만큼 충격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기관 전망을 근거로 올해 연평균 유가를 38달러선으로 상정, 이로 인한 국내유가 상승폭이 리터당 44원에 이르지만 환율이 1,000원 수준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환율효과로 상승폭은 7원(44~37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도 0.1%포인트에 머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설령 40달러선을 지속해도 상승폭은 리터당 23원에 불과, 물가상승률도 0.3%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도 3%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민간에선 원자재 대책마련 시급 '한목소리'=정부의 입장은 이처럼 완고하지만 민간의 입장은 다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유가(원자재 값) 상승, 환율하락이 동시 진행되는 점에 주목, 기업 채산성과 교역조건 악화를 우려했다. 성장률 전망도 한층 비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성장률이 0.15%포인트, 국민총소득은 0.6%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고유가가 중장기 추세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에너지 저소비체제를 구축할 방안을 원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관련 예산의 대폭 확충,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재검토 등 고유가 지속에 대비한 정책을 조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따라 오르게 돼 있는 원자재 부분도 '대안 부재'만 되뇔 게 아니라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값 상승의 충격이 지난해 초에 비해 적어 정부가 대책마련에 덜 시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공급선 마련, 생산성 향상과 같은 교과서적 접근 외에 대기업의 '원가상승 압력 떠넘기기'까지 겹쳐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 역시 시급하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5-03-09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