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시비를 겁니까?” KBS 정보공개 담당자가 정보공개를 요청했던 기자에게 한 답변은 이런 식이었다.
지난 6월21일과 7월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꺼져가는 한류열풍의 대안을 찾고자 KBS 측에 ‘KBS 드라마의 해외 수출대금 수령현황’과 ‘정보공개 처리현황’ 등 두 건의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공식 청구했다.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한 KBS와 같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 청구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현행 정보공개법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알아보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7월14일이 되도록 회신은 오지 않았고 항의차 찾은 담당자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6월21일에 신청한 건에 대해 ‘불가’ 통보를 13일에 우편으로 보냈으니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7월3일건에 대한 언급은 없고 “20일이 넘도록 통지를 안 하면 공개 불가인 줄 알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따졌다. .
물론 정보공개법은 해당기관이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할 시기를 1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그러나 기간 연장을 위해서는 최초 접수일로부터 10일 내에 청구인에게 문서로 연장통보를 해줘야만 한다. 그러나 문서는커녕 전화 한 통 KBS로부터 받아보지 못했다.
막말에 접점을 찾지 못해 찾은 곳은 행정자치부의 공개행정팀. 정보공개 담당자는 “아무런 통보 없이 무턱대고 20일이 되도록 앉아 있는 건 KBS 담당자의 직무유기”라고 해석했다. 앞서 KBS는 5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간부들의 업무 추진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행정부의 지침과 사법부의 판결조차 무시하는 KBS의 높은 문턱은 실무자의 태만인가, 조직관리의 누수인가. KBS를 취재차 방문할 때마다 해이해진 기강을 목격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4,700만 국민이 매달 2,500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 시청료는 책상에 앉아 볼펜만 두드리는 임직원 월급으로 쓰라고 주는 게 아니다. 이제 KBS도 과거의 고압적인 태도를 벗어야 될 때가 됐다.